美英 연합군, 후티 반군이 점령한 예멘 거점 최소 12곳 폭격
전투기 및 순항 미사일 동원해 공습. 후티 반군 "대가 치를 것" 보복 예고
이란의 유조선 나포 이후 서방 공습, 중동 분쟁 확대 우려
전투기 및 순항 미사일 동원해 공습. 후티 반군 "대가 치를 것" 보복 예고
이란의 유조선 나포 이후 서방 공습, 중동 분쟁 확대 우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무역로를 위협했던 예멘 후티 반군의 거점을 직접 공습했다. 후티 반군은 즉각 보복을 예고했으며 중동의 군사충돌이 이스라엘 밖으로 번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순항미사일 및 전투기로 거점 폭격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군과 영국군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예멘의 후티 반군 점령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미군 관계자는 12곳 이상의 표적을 전투기와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공격했으며 잠수함을 포함한 여러 선박들이 동원되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후티 반군의 물자지원 중심지, 방공 시스템, 무기 저장소 등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예멘 현지 알 마시라 방송은 폭격 직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폭격 사실을 확인했다. 방송은 반군이 점령한 수도 사나의 알 둘라이미 공군기지와 사나 동쪽의 호데이다 공항 인근 주둔지가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사나 남쪽 타이즈의 국제공항과 해안지역에서도 공격이 확인됐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 직후 성명을 내고 "오늘 미군은 내 지시에 따라 영국과 함께 예멘의 후티 반군이 세계의 중요한 무역로 중 하나에서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기 위해 사용한 다수의 표적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호주와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가 이번 공격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도 성명을 내고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영국을 포함해 다국적 상선들을 위협했다며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BBC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영국 공군은 이날 키프로스에 위치한 영국의 해외 기지인 아크로티리에서 이륙해 예멘으로 향했다. 출격한 영국 공군의 타이푼 전투기들은 2곳의 반군 표적을 폭격했다고 알려졌다.
약 30년의 독재정부를 거친 예멘에서는 2011년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실각하고 과도 정부가 세워졌으며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과도 정부 수반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이슬람 시아파 계열 무장 단체인 후티는 살레 정부의 잔당과 손잡고 반란을 일으켜 2014년 수도를 점령했다. 하디 정부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했고, 사우디는 배후에 이란이 버티고 있는 시아파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이집트 등 중동 8개국과 연합군을 조직해 2015년 3월부터 반군을 노린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은 2015년만 해도 사우디를 지원했다. 그러나 2021년 취임한 바이든은 예멘 내전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2022년 4월 휴전을 통해 일단 전쟁을 멈췄다.
현재 후티 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모두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서방에 저항하는 일명 '저항의 축'을 자처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참전을 선언하고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통과하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후티는 실제로 거의 모든 선박을 무차별 공격중이며 홍해를 통과하는 세계 물동량은 전체 대비 약 15%에 달한다.
중동 긴장 확대 위기
영국의 수낵은 12일 성명에서 "후티 반군에게 추가적인 공격을 자제하고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티 반군 정부에서 외무 차관을 맡고 있는 후세인 알 잇지는 알 마시라 방송을 통해 미국과 영국이 "노골적인 적대행위에 따른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티 반군의 지도자 압둘 말릭 알후티는 폭격 직전인 11일 연설에서 서방이 자신들을 공격한다면 홍해를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어떤 공격도 대응 없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이전에 감행했던 무인기(드론) 20대와 미사일 여럿을 동원한 공격보다 더욱 큰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19일 홍해를 지나던 바레인 선적 자동차 운반선 '갤럭시 리더'호를 납치한 이후 이번 폭격 직전까지 28차례에 걸쳐 상선들을 공격했다. 미국은 지난달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 다국적 함대를 구성했으나 현재 함대를 구성하는 배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함선을 포함해 단 5척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함대가 홍해 및 아덴만 근처를 순찰하고 있지만 상선만 치고 빠지는 후티 반군을 전부 견제하기에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9일 홍해 항로에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원거리 공격을 가했으며 미국과 영국 등이 참여하는 서방 함대는 18개의 드론과 3개의 미사일을 요격했다. 미국과 영국의 이번 공습은 후티 반군의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다만 외신들은 이번 공습이 중동 분쟁을 키우는 계기가 될까 걱정하고 있다. 저항의 축을 이끌고 있는 이란은 11일 오전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국영 석유회사 투프라스는 세인트 니콜라스호에 대해 "투프라스가 이라크 석유수출공사(SOMO)에서 구입한 14만t의 원유를 싣고 이라크 바스라 항구에서 튀르키예 정유소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란의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세인트 니콜라스호가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며 법원 명령에 따라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오만만과 인근 호르무즈 해협은 홍해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중요한 국제 에너지 무역로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최근 하마스를 거의 무너뜨리고 헤즈볼라 지휘관들을 사살했다며 이란이 이에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은 이번 공격 소식을 알리면서 "미국인과 국제 상업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지체 없이 추가 조치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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