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섹시 빌런' 호칭 감사하죠, 유독 해외 팬들 중에 브라질 국가 팬들이 많아요, 제가 브라질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인가봐요."
배우 김지훈이 해외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5일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극본 및 연출 하병훈)는 5화부터 8화까지 공개하며, 8부작 모두를 선보였다. ' 이재, 곧 죽습니다'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이재(서인국 분)가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인생 환승 드라마로 네이버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김지훈은 극 중에서 국내 최고 대기업의 CEO 이자 금수저 사이코패스인 박태우 역을 맡았다. 박태우는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이지만, 극 중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로 탄생했다. 김지훈은 박태우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실감나게 표현해 '역대급 악역'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 햇수로 데뷔 23년째를 맞이한 그는 주말극의 황태자에서부터 악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통해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김지훈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재, 곧 죽습니다' 및 연기 생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N인터뷰】①에 이어>
-작품을 통해 '섹시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저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극 중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핸디캡이 있음에도 매력적으로 봐주셨다는 이야기다. 굉장히 감사하다.
-'악의 꽃'에서 이미지 변신 때 체중감량을 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외적인 변화를 시도했나.
▶사실 별로 없다. 머리를 기르면서 갑자기 이미지가 많이 달라진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의도한 바는 아닌데 머리를 기르게 됐고 마침 그때 '악의 꽃' 백희성이 식물인간이니 누워있는 동안 머리가 길었다고 생각해볼까 했다. 현실 고증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짧은 헤어 스타일에 대한 기다림도 있는데, 언제 머리를 자를 계획인가.
▶어떤 역할을 할지 몰라서 머리를 못 자른다. 머리가 길면 짧은 헤어스타일이 필요할 때 자르면 되는데 머리가 짧으면 긴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발레리나'는 특히 감독님이 장발의 이미지를 생각하셔서 저를 캐스팅하셨더라.
-장발을 유지하는 이유는.
▶'발레리나' 이후 '연애대전'에서 매니지먼트 대표 역을 맡았는데, 연기자 출신에 외모에 신경쓰는 역할이니 머리가 길어도 멋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는 재벌 CEO가 됐다. 감독님이 머리를 잘라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는 머리 자르기가 아까웠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박태우 역이 머리가 길면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 CEO가 장발로 나오면, 거기서부터 캐릭터 몰입을 방해할 것 같았다. 여기서 저는 자르자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다시 머리 길어서 해보자고 하시더라. 그래도 많이 자른건데 캐릭터의 거친 매력을 주고 싶었다. 야생적이고 섹시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뒷머리를 말갈기처럼 했다.
-장발의 퇴폐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짧은 머리로 만들 수 없는 매력이다.(웃음)
-그 전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했는데.
▶그 전에는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예능에 나갔다. 이번에도 유튜브 예능에 나갈 예정이다. 나는 진짜 예능에 자신감이 있다. 20대 때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예능 욕심이 컸다. 예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20대 때 '상상플러스'를 고정으로 하면서 탁재훈 형과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때는 의욕만 앞서서 열심히 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여유가 있다. 누구랑 언제 어디서 뭘 해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예능은 배우로서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한다. 어느 정도 풀어진 모습을 보여지는 것도 좋지만 어떤 선을 넘어가면 캐릭터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예능 출연은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코미디 장르에 대한 생각이 있나.
▶늘 어떤 캐릭터에서건 오픈 돼 있다.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김재욱 배우와 활영은 어땠나.
▶극 중에는 격하고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만 실제로는 재밌게 촬영했다. 서로 중간에 쉬는 시간이 많으니까 서로 수다를 많이 떨었다. 현장에서는 살벌한데 둘다 40대가 되니 인생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달라지고 생각이 깊어졌다. 그러다가 현장 들어가면 전기톱 들고 서로 죽이는 촬영을 했다.
-'종이의 집'으로 전세계 많은 시청자들과 만났다. 기억에 남는 외국 팬들의 반응이 있나.
▶OTT 때문에 시장이 넓어졌고, 글로벌 마켓이 돼서 감사한 일이다. 시장이 넓어지면서 한명이라도 더 많이 볼 수 있는 세계가 됐다. 열심히 한 것에 대해서 지구 반대편에서 한 사람도 알아봐주고, 저에게 결혼하자고 한다.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다. OTT가 없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하다. 브라질 팬이 나에게 응원해주고 고맙지만 실체가 느껴지지 않아서 공허함도 생긴다. 아프리카, 중동, 유럽, 남유럽, 남미까지 다양한 국가가 많은데 유독 브라질이 많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브라질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저도 의아하다. 열정의 나라여서 팬 활동도 열정적으로 한다.
-데뷔한지 23년차인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원동력은.
▶계속 갈증을 느끼게 되니 열심히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근거가 됐다. 예전부터도 주말 드라마 주인공을 했지만 '나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라고 생각했다. 다른 훌륭한 연기자들을 봤을 때 '나는 언제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며 나를 채찍질하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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