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손발톱은 우리 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나타내곤 한다. 가령 손톱과 발톱 어딘가에 검은 줄무늬가 세로 방향으로 길게 생겼다거나 까맣게 변색되는 경우를 발견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지체 없이 병의원을 방문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14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손발톱은 조갑으로도 불리는데, 까만 경우를 '흑색조갑증'이라고 한다. 크게 나누면 피부에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가 활성화되거나 과한 증식 또는 병원균 침입으로 생긴다.
이 대학 문제호 피부과 교수는 "멜라닌 세포가 색소를 과생산한 경우는 손발톱 무좀, 반복되는 물리적 자극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손발톱 무좀, 손톱 물어뜯기 등 반복되는 물리적 자극, 임신, 외상, 갑상선질환 같은 내분비계 질병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멜라닌 세포가 증가해 발생하는 경우는 모반(점)이거나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일 수 있다. 악성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가 암세포로 변했다는 의미로,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진단이 늦어지곤 한다. 동양인은 주로 손발톱이나 손·발바닥에 자주 나타난다.
피부과 의료진들은 입을 모아 "색소 침착 등 다른 피부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으나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흑색종은 피부에 발생하는 암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흑색종의 발생빈도는 연간 600명 정도로 서양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재발하거나 내부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 예측이 어렵다. 전이로 인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암 협진센터 연구팀 연구 결과, 흑색종이 국소적으로 발생하면 광범위 절제술로 치료하는데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98% 이상으로 높지만, 림프절로 전이되면 생존율은 65%로 줄고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지면 생존율이 25%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흑색종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손발톱 조직검사는 통증이 심하며 검사 이후 영구적 손발톱 변형이 일어날 위험이 높다. 그래서 의심해 볼 수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지 조직검사가 꼭 필요한 환자인지 피부과 의료진은 여러 요소를 생각해 본다.
구체적으로 손발톱에 흑색의 너비가 3㎜ 이상인 경우, 다양한 색조를 띠는 경우, 비대칭성을 보이는 경우, 흑색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 주변 색소침착이 있는 경우 등이 흑색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손·발가락의 절단이 치료법으로 검토됐으나 최근에는 깊이가 깊지 않으면 해당 병변의 피부 부위만을 절제해 손·발가락의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을 한다. 다만 어느 정도 두께가 재발 위험은 최소화하되 기능적 보존을 할 수 있을지에 기준이 없었다.
정기양 교수 연구팀이 손발톱 흑색종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치료 후 흑색종이 재발하거나 사망한 경우를 분석한 결과 흑색종 두께가 0.8㎜ 이내면 재발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기존 수술 기준으로 고려됐던 0.5㎜ 대비 절단술을 19%까지 줄일 수 있었다.
정 교수팀은 연구 결과를 지난해 초, 국제학술지 '미국피부과학회지'에 게재했다. 정 교수팀은 "이 연구를 통해 손발톱 흑색종 환자의 발생 부위를 절단하지 않고 재발 위험을 낮추고 발생 부위를 기능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수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색종 치료에 있어 무분별한 절단이 아닌 수술 가이드라인을 통한 최선의 치료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 검사를 통해 흑색종이 두꺼워지기 전에 진단하고 병변 초기에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흑색종은 모든 손발톱에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엄지 손발톱의 병변은 악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병변의 색이 진해지고 점차 범위가 넓어지는 데다 주변 살점으로 퍼지는 경우,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으면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아 검사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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