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대회조직위원회는 ‘제2의 잼버리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남다른 각오로 완벽한 대회 준비를 위해 노력해 왔다.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정부 그리고 경험 많은 대한체육회 및 유관기관의 인력과 노하우를 지원받아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대회가 출항도 하기 전부터 경고등이 들어왔다. 올림픽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현재 100 여명이나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대회 인력관리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는 데다, 대회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대한체육회 파견인력조차도 일부 평직원만을 남기고 간부급 전원이 철수했다는 얘기가 경기장 주변에서 떠돌고 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책임하게 이래도 되나 하는 걱정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인력이 부족하다 보면 자원봉사자나 조직위원회 운영인력들의 근무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이런 상황이 대회 기간 내에 축적돼 폭발하게 되면 대회 성공은 강 건너의 불이 될 것이다. 아직은 참여 자원봉사자들이나 조직위원회 직원들의 열정과 의지가 남달라서 빈 공백을 스스로 채우겠다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안쓰럽고 일견 대단해 보이지만 언제까지 이들의 봉사와 희생에만 기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일부 경기는 입장권(무료)이 매진될 정도로 예매실적이 호조를 보여 대회운영에 희소식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일 현장에 나오지 않아도 별도의 페널티가 없는 티켓 판매방법이 문제다. 사전 예약취소 의무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입장권 정책을 쓰고 있어 ‘노쇼’를 걱정할 정도로 현지 분위기는 다소 냉랭한 상황이다.
또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시 상시 운영하던 키오스크(등록자 식별장비) 대신 대부분의 시설에서 현장 근무자들이 출입카드나 차량출입증 확인 시 육안으로만 식별하도록 하고 있어 복제 사용 시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대회 질서유지와 안전 차원에서 비표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경소사 소극침주(조그마한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작은 구멍이 배를 침몰시킬 수 있다)라는 안전의 기본 신념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한땀 한땀 준비했던 필자로서 걱정이 앞선다. 이번 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회운영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 현장의 부족한 인원은 군ㆍ경 인력으로 채워야 한다. IOC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입장권 예약자들에게도 별도의 긴급 문자를 발송해서 무단 노쇼시 다른 모든 경기의 자동 예약취소 등 특단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법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시간의 초침은 개막일(1.19)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정부와 조직위원회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어제와 그제 문체부장관이 현장을 둘러보고 준비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행사 성공의 승패는 디테일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어디서 무엇이 우리의 발목을 잡아 ‘제2의 잼버리’라는 소리를 듣게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백영준 한세대 외래교수(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안전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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