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선거 의미와 전망
美 밀착해 中 견제 정책 유지 분명
中은 특혜관세 철폐 등 압박 고려
반도체 등 韓경제에도 타격 불가피
美 밀착해 中 견제 정책 유지 분명
中은 특혜관세 철폐 등 압박 고려
반도체 등 韓경제에도 타격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난 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는 더 긴장 속에 빠져들게 됐다. 민진당이 집권한 2016년 이후 중국과 대만이 공식적인 대화를 단절한 상황에서 라이 당선인이 친미·독립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은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라이 "대만은 주권 가진 민주주의 국가"
라이 당선인은 선거 당일 밤 대만 타이베이 선거사무소에서 승리를 선언하면서 이번 선거를 "민주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고 밝히며 "대만은 민주 진영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기존 민진당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이후 민진당은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 강화와 연대를 통해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라이 당선인은 "대만은 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인데 무슨 독립선언이 필요하냐"면서 차이잉원 현 총통의 정책을 계승해 나갈 것임을 확실히 했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주장을 무시하면서 국가의 독립성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中, 특혜관세 철폐·인적교류 제한 검토
이에 대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민진당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는 분리주의 시도'로 보고 있다. 지난 1992년 중국과 당시 대만의 국민당 정부는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구두 합의한 바 있다. 통일과 통합 논의의 출발점인 셈이다.
게다가 중국 내 민족주의가 고조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민족 부흥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대만 통일을 핵심 과업으로 들고 나온 상황에서 대만의 중국 멀리하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대만 양안은 차이잉원 정부가 집권한 2016년 이후 공식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우발적 충돌 등 갈등을 해소해 나갈 마땅한 공식 통로조차 없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은 특혜관세 철폐 등 경제제재에서부터 대만 진입 선박에 대한 검색, 해안 도서지역 봉쇄,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 유학생 등 인적교류 제한 등 다양한 압박을 고려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14일 전했다. 선박 검색과 주요 해안 봉쇄 등은 지금 당장이라도 쓸 수 있는 초기 제재수단에 속한다.
중국과 대만 사이를 가로지르는 대만해협은 국제 교역의 주요 항로라는 점에서 대만 정부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는 것은 세계 전략의 추를 크게 변화시킨다. 세계 컨테이너 선박의 절반 이상 등 전 세계 물동량의 60~70%가 이 지역을 지난다.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 우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경제봉쇄에 나선다면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대만이 주문형 반도체의 최대 생산국이란 점은 민감성을 높인다.
김광선 신아시아산학관협력기구 이사장은 14일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칩의 63%, 첨단 칩의 73%를 공급하는 글로벌 교역의 중요 허브"라며 "부분적인 해상봉쇄만으로도 반도체 가격과 국제 공급망에 엄청난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대만과 미국은 중국이 당장이라도 대만해협에서 상선 운항을 방해할 수 있는 군사훈련을 하거나 경제제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전쟁 없이 대만 봉쇄에만 나서도 세계 경제 국내총생산(GDP)이 5% 감소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세계 경제는 10조달러(약 1경3000조원)가 쪼그라든다는 평가도 있다.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중국에 대한 대만 수출비중은 35%, 수입비중은 20%에 달한다. 대만은 중국에 집적회로, 태양전지, 전자부품 등을 팔았다. 또 대만은 1991년부터 2022년까지 230억달러(약 267조원)를 중국에 투자해 현지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양안이 긴밀하게 얽히고설킨 상호의존적 경제관계 속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 양측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칼을 쥔 중국도 그리 쉽게 제재 카드를 쓰기 어렵다는 지적의 배경이다. 대만에 강도높은 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시진핑 국가주석 등장 이후 정치논리와 민족주의 성향이 세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경제적 측면이 뒤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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