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이스라엘에 실망한 美, 공개적으로 저강도 작전 요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5 10:08

수정 2024.01.15 10:08

美 바이든, 최근 이스라엘과 약 20일 동안 통화 안해
'강경론' 이스라엘이 美 요구 무시하자 인내심에 한계
인명 피해 줄이기 위해 인질 구출 중심의 저강도 작전 요구
하마스 "이스라엘 폭격으로 인질 생사 알 수 없어"
지난해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벤구리온 국제 공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끌어안고 있다.AP뉴시스
지난해 10월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벤구리온 국제 공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끌어안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이스라엘을 대하는 미국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조 바이든 정부는 인명피해를 줄이라는 요구에 묵묵부답인 이스라엘 정부에 분쟁 강도를 낮추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바이든, 이스라엘에 인내심 한계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태 100일을 맞은 14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상황은 엉망이고 우리는 꼼짝도 못 하는 상태다. 대통령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바이든 정부 내에 "엄청난 좌절감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메릴랜드주)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모든 시점에 바이든을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가 "네타냐후 측에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뺨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과 네타냐후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가자지구의 인명피해가 커지자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에 공습 등 대규모 작전을 특수부대를 이용한 소규모·저강도 작전으로 바꾸고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네타냐휴는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고 남은 인질을 구하기 전까지 작전을 계속한다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가자지구 치안을 PA에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지난달 보도에서 바이든 정부 관료들이 이스라엘에 작전 축소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약 2개월 동안 거의 매일 통화했다고 알려졌으나 지난달 23일 이후부터는 통화를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달 마지막 통화에서 PA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서 원천징수한 세금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네타냐후는 이를 거절했다.

가자지구 개전 이후 4차례 중동을 찾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9일에도 이스라엘을 방문해 작전 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남은 인질을 구출할 때 까지 가자지구 남부에서 군사 작전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바이든 정부에 이달 말까지 작전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왼쪽 첫번째)이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나란히 걸어가며 가자지구 정세를 설명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왼쪽 첫번째)이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나란히 걸어가며 가자지구 정세를 설명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공개적으로 저강도 전환 요구...남은 인질 생사 몰라
미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4일 미 CBS 방송에 출연해 악시오스 보도를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바이든 정부에 모욕감을 준다는 주장에 "우리는 이스라엘과 강도 높게 대화하고 있으며 이 대화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커비는 "우리는 이스라엘과 (군사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이 그 전환을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군사 작전이 더 낮은 강도로 진행돼야 하며, 더 정확한 비율로 표적을 겨냥하고 공습에 덜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강도 단계로 전환할 때가 곧 다가오고 있다" 주장했다. 커비는 "우리는 하마스를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마스는 여전히 실제 위협이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에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약 240명의 인질을 납치했던 하마스는 14일 남은 인질의 행방이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공격 당시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등 가자지구의 다른 무장 정파나 일반 시민들이 이스라엘인을 납치했고 자신들이 납치를 주도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1월 일시 휴전으로 일부 인질을 석방했으며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약 130명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여단은 범아랍매체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근 몇주 동안 인질의 생사를 알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아부 오베이다 알카삼 여단 대변인은 남은 인질에 대해 "다수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나머지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의 생사는 적(이스라엘)에게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이 파괴된 가자지구를 쳐다보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이 파괴된 가자지구를 쳐다보고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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