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제한 부작용
상품별 상한선 차등 적용해야
상품별 상한선 차등 적용해야
전체 상품 판매액으로 따지는 현 기준 대신, 상품별로 상한선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펀드 대비 계열사 펀드 신규 판매금액 비중이 80%를 넘는 판매사는 5곳으로 집계됐다.
은행만 따지면 NH농협은행이 NH-Amundi자산운용 펀드를 팔아준 비중이 87%로 가장 높았다. 동창원농업협동조합은 그 수치가 86%로 유사했고, 춘천농업협동조합은 100%였다. 후자의 경우 전체 신규 판매금액이 70만원으로 크지 않지만 전부 계열사 펀드를 취급했다.
경남은행(BNK자산운용), IBK기업은행(IBK자산운용) 등도 각각 82%, 80%의 계열사 펀드를 팔았다. 부산은행(BNK자산운용) 비중도 78%에 달했다. 우리은행도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에 대해 각각 58%를 기록했다.
이들 은행은 대부분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금액이 포함됐다고 공시하고 있으나 '계열사 몰아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더구나 금융투자업규정 기준(MMF 등 제외)으로 따져도 금융당국이 정한 한도(25%)를 넘어서는 경우는 10개에 이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개정된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이 기준을 기존 50%에서 단계적으로 25%로 줄이도록 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상품별 세분화가 돼있지 않고, 전체 펀드로 상한선을 맞추라는 지침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어떻게든 숫자만 맞추려는 동기가 생길 수밖에 없고, 밀어주고자 하는 상품 비율을 높이게 되는 탓이다. 가령 현재 퇴직연금 투자수단으로 각광받는 타깃데이트펀드(TDF)의 경우 금융지주를 끼고 있는 운용사 가운데 계열 은행이 80% 가까운 수치로 펀드를 취급해주고 있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고객 자금을 재원으로 이 같은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몰아주기는 결국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중에선 삼성증권이 단연 돋보였다. 삼성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삼성헤지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대해 각 70% 판매 비중을 나타냈다. 이외 증권사들의 경우 KB증권(33%)을 제외하고는 모두 15% 이하였다. 증권사는 은행 대비 수익성을 중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보수는 통상 1.0%를 넘지 않는 반면, 채권을 팔 경우 그보다 높은 수수료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펀드 판매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농협은행과 달리 NH투자증권은 NH-Amundi운용 펀드를 10% 정도만 취급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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