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김영재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분노유발' 빌런 김필로 분했다. 김필은 슬럼프에 빠진 작곡가이자 차세음(이영애 분)의 남편으로, 극 초반 그는 다정한 웃음과 속깊은 배려심을 기본 장착한 사랑꾼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김필은 외로움을 핑계 삼아 이아진(이시원 분)과 내연 관계를 유지한 것도 모자라, 다시금 손에 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차세음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등 시청자들의 분노지수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악인이었다.
김영재의 바르고 착한 인상과 그에 맞는 역할들을 연기하며 쌓은 이미지때문에 더욱 '반전'이었던 김필. 김영재는 16일 서울 청담동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갖고 김필에 몰입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따뜻함과 소름을 동시에 유발한 다면적인 인물에 깊이 들어간 경험을 돌아보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어둡고 우울한 내면에 빠져있던 시간이 힘들었지만, 배우로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같다면서 앞으로 만날 '인생캐'를 기대한다고 했다.
-마지막 방송을 본 소감은.
▶집중이 안 되더라. 떠나보내기 아쉬어서 집중이 잘 안 되더라. 방송 끝나고 멍하니 있다가 이영애 선배가 먼저 연락을 주셨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생 많았다, 주위에 영재씨는 좋은 사람이라고 잘 이야기하고 다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시더라. (웃음)
-결말은 마음에 드나.
▶저는 더 벌을 받았으면 햇다. 제가 원했던 엔딩은 아예 못 일어나고 그래야 시청자들도 더 통쾌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엔딩에서 대본에 없었던 대사를 더했다. 양해를 구했는데 감독님도 좋다고 하고 이영애 선배도 좋다고 하셔서 해본 것이 (김필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걸 보여주기 어려울 것 같아서 '제일 좋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우리 결혼하면 당신 닮은 아이 낳고 싶어'라는 말을 한 거다.
-캐스팅이 되고 이영애의 남편인 걸 알았을 때 어땠나.
▶실감이 안 났다. 내가 이영애 선배의 남편을 연기한다고 ?그게 말이 돼? 싶었다. 나를 왜? 더 좋은 배우, 멋진 배우가 많은데 왜일까 싶었다. 대본 처음에는 불륜은 안 나왔다. 그러다 2부에서 키스신이 나온 거다. '잘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이었는데 막상 리딩에 들어가니까 '이게 뭐야?' 했다. 처음에는 빌런인 것만 알고 있었고 불륜 느낌이 있는 건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빌런인지는 모르고 시작했다.
-캐릭터의 본모습이 나왔을 때 어땠나.
▶너무 빨리 나와서 아쉬웠다. 선배님과 행복한 신을 찍고 싶었는데 감정의 소모가 있었다. 연기라고 해도 싸우고 윽박지르고 안 좋은 것들을 표현하는 건 제게 쉽지 않은데 너무 악행이 빨리 나오고 대본이 나올수록 강도가 점점 세지더라. 지금 다른 드라마(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이이경을 보면 되게 즐기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않더라. (웃음) 긴 시간을 김필 역할에 빠져있으니 밝지만은 못했던 것 같다.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것이 좋은 부분은 아니지 않나. 일상적으로 쾌활한 부분은 아니니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겠나. 이 여자는 놓치기 싫고 양쪽을 다 원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힘들더라.
-'쓰레기'라는 반응도 나왔다고.
▶현장에서도 많이 들었다. (웃음) 그래서 현장에서 외로웠다. 다들 협업하고 같이 만드는데 저는 혼자 떨어져있고 현장 지나가기도 좀. 처음에는 좋아해줬는데 눈을 흘기는 느낌이었다. (웃음) 오히려 이영애 선배는 '제일 현실적인 인물이 김필이다'라고 하셨고 저도 그 부분에는 동의를 했다. 범죄에 연루되는 분들 보면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인물이라고 접근하면 제일 현실적일 것 같다.
-이영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무엇이었나.
▶'금자씨'가 세서 차갑지 않을까 했는데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차세음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작품을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했다. 헤어스타일이나 안경 설정을 제안하시기도 했다.
-데뷔 시절 '이제 사랑은 끝났다'에서 악역을 한 이후에 오랜만에 악역을 한 건데 지금 해본 소감은.
▶그때는 진짜 나쁜 놈이었다. 임신한 여자친구를 차로 치는, 진짜 쓰레기 같은 역할이었다. 그때는 이런 얼굴에서 그런 연기를 하면 사람들이 더 싫어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때는 대본을 쳐내기 급급했다. 지금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는 작품을 마치고 '끝났다!'하는데 지금은 많이 힘들었고 아프기도 했다.
<【N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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