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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美브랜드 위상 정말 달라졌다" [최종근의 FN 모빌리티]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6 15:59

수정 2024.01.22 12:00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기술진 인터뷰
세계 3위 소감 묻는 질문에 "우리가 함께 이룬 성과"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랜스 맥러스 섀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왼쪽)과 매튜 알 시어 모하비 주행시험장 운영 파트장이 인터뷰 이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랜스 맥러스 섀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왼쪽)과 매튜 알 시어 모하비 주행시험장 운영 파트장이 인터뷰 이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캘리포니아시티(미국)=최종근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의 미국 내 브랜드 위상이 정말 남달라졌다. 주변에도 현대차·기아가 그간 이룬 발전에 놀랐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자리 잡은 현대차·기아 주행시험장(California Proving Ground)에서 기자들과 만난 매튜 알 시어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내구시험팀 운영 파트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우리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산업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라 불렀고 제가 이곳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솔직히 그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팔로워가 아닌 시장 리더로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시어 파트장은 "결국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이룬 성과이지 않나 생각한다"며 "전 세계 각지에 걸친 협력으로 얻어낸 다문화적 시너지가 우리 회사만의 독특한 성장 동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주행시험장은 현대차·기아가 완성차 3위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통상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으로 불리는데, 면적은 1770만㎡(약 535만평)로 여의도의 6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2005년 처음 문을 연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다양하면서도 혹독한 주행 시험로를 갖추고 있다. 사막 날씨의 기후적 특성을 살려 차량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가혹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시어 파트장은 "스스로의 업무에 대해 많은 애정과 자부심을 갖는 우리 회사의 수많은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모하비 주행시험장"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는 랜스 맥러스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섀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은 "기아 텔루라이드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얼마나 험난한 경사와 돌길도 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그만큼 차량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시험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했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대해서도 품질 개선을 위해 극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테스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우선 주행 거리 개선이 중요한 과제고, 전기차는 과거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그에 맞춘 교정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SUV 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SUV 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SUV 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SUV 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다음은 일문일답.

―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중인지
▲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 저는 올해로 7년차이며, 모래나 진흙 등 저속 오프로드 상황에서의 구동력 제어, 휠 슬립 제어 등 전반적인 오프로드 주행성능 평가 및 튜닝을 담당하고 있다.

▲매튜 알 시어 운영 파트장: 저는 주행시험장 운영관리를 맡고 있다. 이곳에서는 20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시험장을 처음 개소할 당시부터 여러 시설이 새로 생기고 달라지는 모든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자동차 산업에 종사한지는 30년이 넘었고, 이전에는 다른 회사에서 승차감 및 핸들링(R&H) 성능 개발을 담당했었다. 토목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는지라 과거에도 이러한 연구 개발 시설을 짓는 업무를 맡은 적도 있다. 실제 시험을 담당하는 연구원들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기회가 될 때마다 직접 차량을 주행해보는 기회를 갖고 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최고의 근무 환경이지 않나 생각하는데 저도 아주 어릴 적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게 꿈이었고, 지금까지 실제 차량 개발에 일조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 생각한다.

― 어떤 시험을 하시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달라
▲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 예를 들어 차동장치가 적용된 일반 차량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각 슬립 상황에 대한 교정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매우 거친 오프로드 노면에서의 주행 성능 검증도 하고 있다. 기아 텔루라이드와 같은 SUV 차량이 얼마나 험난한 경사와 돌길도 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라실 것이다. 그만큼 차량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시험을 하는 것이 제 주요 업무 중 하나다.

▲ 매튜 알 시어 운영 파트장: 저희는 시험을 주로 하지는 않지만 시험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업무를 조율하고 있다. 제동거리 시험이나 오프로드 시험 등 테스트에 필요한 촬영 지원도 제가 맡은 업무이기도 하다.

― 모하비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일하기는 어떤가?
▲ 매튜 알 시어 운영 파트장: 우선 모하비 사막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오늘도 직접 보셨겠지만 극심한 모래 폭풍이 일어서 항상 흙먼지가 날린다. 시험장을 처음 개소할 때는 이 땅에 원래 살고 있던 멸종위기종인 사막거북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우리 차량의 미래를 위한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20년 전만 해도 필요하지 않던 테스트를 계속해서 새로 도입하고 있다. 사막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험로와 연구 시설을 짓고 또 관리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다.

― 전기차에 특화된 시험도 진행하는가
▲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 전기차 테스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다. 주행 거리 개선이 우선 중요한 과제다. 제 업무 관점에서 말하면 전기차는 특성상 최대 토크가 금방 생성되기 때문에 휠 슬립이 일어나기 쉬워서 이에 대한 시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확실히 전기차는 과거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그에 맞춘 교정을 필요로 한다. 예전에는 더 많은 출력과 토크를 내기 위한 방법을 주로 연구했다면, 전기차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토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기도 하다. 반대로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전기차가 오프로드 환경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이기도 한다.

― 모하비 주행 시험장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 매튜 알 시어 운영 파트장: 20년간 현대차와 기아가 이뤄낸 모든 성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항상 뿌듯함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차량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 자동차를 정말 사랑하고, 차량에 가장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온 열정을 쏟으며 이곳 사막에까지 직접 나오는 그 연구원들 말이다. 스스로의 업무에 대해 많은 애정과 자부심을 갖는 우리 회사의 수많은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모하비 주행시험장이다.

▲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말에 저도 공감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제가 이곳 시험장에서 테스트를 마친 차량이 결국 고객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제가 마지막 관문에 서있는 것이다. 언젠가 고객들이 제가 튜닝한 기능으로 인해 보다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하면 정말 보람차다.

― 현대차·기아는 세계 3위의 완성차 제조사로 도약했다. 그 변화를 체감하나
▲ 매튜 알 시어 운영 파트장: 그렇다. 브랜드 위상이 정말 남달라다. 제 주변에도 현대차·기아가 그간 이룬 발전에 놀랐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결국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이룬 성과이지 않나 생각한다. 전세계 각지에 걸친 협력으로 얻어낸 다문화적 시너지가 우리 회사만의 독특한 성장 동력이라고 본다. 과거 우리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산업의 패스트 팔로어라 불렸고, 제가 이곳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솔직히 그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팔로워가 아닌 시장 리더로서 자리매김한 것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 그리고 과거에 현대차·기아가 어땠고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어쩌다 경쟁사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분명 우리 차량이 더 낫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고, 우리 차량을 타보면 실제로 더 낫다는 걸 알게 된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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