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600조원까지 성장
성능평가 기술 개발 필요
성능평가 기술 개발 필요
[파이낸셜뉴스] 자동차 폐배터리(사용후배터리)시장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세계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사용후배터리 배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폐배터리는 재활용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아직 미비한데다 폐기물로 볼 지 여부를 갖고 부처간 힘겨루기까지 발생하고 있어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폐배터리시장, 2050년 600조원까지 성장
16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70조원, 2040년 230조원,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폐차되는 전기차가 늘수록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25년 56만대에서 2040년 4227만대, 이에 따른 폐배터리 발생량은 44GWh(기가와트시)에서 3339GWh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폐배터리의 시장 가치가 높은 것은 회수처리를 거치면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중 잔존 가치가 70~80% 이상인 것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재사용 할 수 있다. 성능이 떨어져 재사용이 어려워진 폐배터리의 경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양극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의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면 매우 경제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제한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핵심원자재법(CRMA)’ 제정으로 2024년부터 배터리를 만들 때 일정비율을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자원순환법’을 개정해 폐배터리를 체계적으로 수거하기 위한 거점수거센터를 전국 4개 권역에 설치하고 있다.
제품 vs. 폐기물...성능평가 기술 개발 필요
폐배터리를 둘러싼 우리나라의 상황은 복잡하다. 우선 배터리는 폐기물 관리법, 자원순환법, 자동차 관리법 등 다부처 복합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를 둘러싸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산업부는 폐배터리 자체를 하나의 제품이라고 규정한다. 산업부는 폐배터리를 ‘전기차에서 분리해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로 규정했다. 폐배터리를 폐기물로 취급할 경우 각종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폐배터리 자체를 새로운 제품화한 것이다. 산업부는 이를 바탕으로 산업 활성화를 위해 폐배터리 회수, 유통, 활용을 민간이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자동차업계와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24개 회사·기관이 참여하는 ‘배터리 얼라이언스’에서는 산업부에 폐배터리의 폐기물 제외를 요구했다.
반면 환경부는 관리가 필요한 폐기물이라는 입장이 강하다. 버려지는 폐배터리는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등을 1%이상 함유하고 있어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부실관리 시 폭발의 우려도 존재한다. 다만 환경부는 이같은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유해성이 적고 경제성이 높은 전기차 폐배터리를 관련 규제면제 대상으로 지정하기 위한 ‘순환자원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폐배터리는 재활용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아직 미비하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분해 후 재활용하려면 폐배터리의 품질을 분류할 신속하고 정밀한 성능 평가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사용 후 배터리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재활용 여부를 판단하는 SOH(State-of-Health) 예측 기술 등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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