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폐기된 양곡법 다시 강행 처리
속내 뻔히 보이는 포퓰리즘 중단을
속내 뻔히 보이는 포퓰리즘 중단을
되살아난 양곡법 개정안이 지난해 법안보다 포퓰리즘 성격이 더 강해진 것도 문제다. 쌀 의무매입 조항을 삭제한 대신 쌀값이 기준가 이하로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되는 경우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도록 했다. 차액보전 작물은 쌀에 그치지 않는다.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으로 대상을 대폭 넓혔다. 다시 말해 농산물 전체 최저가격을 정부가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민생 1호 법안이다. 하지만 정부 재정으로 쌀 매입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생산만 유발할 뿐 농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였다. 장기적으로 농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합당했다. 그런 이유들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1호가 됐던 법안인데 한 술이 아니라 두 술을 더 떴다.
새 법안에서 쌀 의무매입이 빠졌다 해도 쌀, 배추, 무, 마늘 등으로 대상을 넓힌 최저가 보장제는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단일품목에만 가격보장제가 도입돼도 재정보전액이 2034년 최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쌀뿐 아니라 채소 등 농산물 전체로 차액보전이 확대되면 재정추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민주당은 재정적자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누가 봐도 총선용인 포퓰리즘 정책을 대놓고 쏟아낸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도적 저항으로 읽히기도 한다. 더욱이 21대 국회는 5월 말이면 끝이 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법안을 추진한다 해도 처리가 물리적으로 어렵다. 통과될 수도 없는 법안을 마구 내던지는 것은 어떻게든 표를 얻으려는 생색내기, 그 이상이 아니다.
농산물 차액보전 방식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됐던 변동직불제와도 유사하다. 변동직불제는 쌀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간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장하는 제도였다. 변동직불제가 운용되던 시절 쌀값 하락으로 농림축산식품부 한 해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재정이 투입됐다. 생산만 하면 일정 가격이 보장되다 보니 농가들은 품질을 높이기보다는 수량 늘리기에 매달렸다. 과잉생산, 가격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를 다시 살리겠다니 시대역행적이다.
정작 급한 것은 농업혁신이다. 청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농가에 희망을 주는 것은 가격보장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다. 농업경쟁력 강화는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예산으로 연명시켜 주는 것이 아닌, 농가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여야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긴 총선용 선심정책 남발에는 여당도 자유롭지 않다. 여야 모두 유권자를 더 우롱하지 말고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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