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가 16화 이후의 드라마 내용에 쓴소리했다. 원작은 물론, 역사적 사실에서도 벗어난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5일 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16화 양규의 전사 이후 원작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일전에도 밝혔다시피 KBS 원작 계약은 출간된 '고려거란전쟁: 고려의 영웅들'뿐만이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까지 했다"며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은 400페이지 정도 KBS에 제공됐으며 양규 사망 후 전후복구 부분을 담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 내용에 대해 "하공진이 거란군에 의해 북쪽으로 끌려가며 서경의 건재와 양규의 분전을 보고 고려로 반드시 돌아올 것을 다짐한다. 현종은 나주에서 개경으로 돌아오는 중에 흥화진과 통주에서 보낸 전령을 공주에서 만난다. 여기서 양규가 곽주를 탈환하고 3만의 포로를 구하다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때까지 현종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는데 양규의 이야기를 듣고 각성한다. 앞으로 한탄 따위는 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현종을 호종하던 신하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1011년 8월, 동여진족들이 배를 이용해 경주를 급습한다. 이에 현종은 강감찬을 경주로 급파하고, 강감찬은 동북면과 연관을 맺으며 군사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채충순, 김은부 등이 거란에 사신으로 가서 외교전을 벌인다.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도 나오는데,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길 작가는 "그리고 당연히 18화에 묘사된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에는 없다"고 전했다.
길 작가가 비판한 회차에서는 현종(김동준 분)과 강감찬(최수종 분)이 군현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현종이 분노를 삭이지 못해 강감찬의 목을 조르려고 팔을 내밀다 거두는가 하면 분을 참지 못한 채로 말을 타다 낙마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도 나왔다.
길 작가는 블로그 댓글을 통해 "원작과 역사책을 KBS에 제공했는데 대본 작가가 자기 고유의 대본을 쓰겠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면서 "16화까지는 역사와 원작의 틀 안에는 있었는데 이제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대본 작가가 교체된 다음에는 전투신 외에는 내 자문을 받지 않아서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른다. 대본이 급하게 나오고 있고, 수정 작업할 시간이 매우 촉박한 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삼류에서 벗어나길 기원해본다"며 "원작은 무시해도 되는데 대하사극이니만큼 역사는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