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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사태에도 잠잠한 에너지 시세, 공급 과잉이 더 걱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0 01:00

수정 2024.01.20 01:00

국제 유가 및 천연가스 시세, 홍해 사태에도 급변 없어
공급망 지연보다 수요 감소에 따른 과잉공급 걱정
이란 참전 등 중동 사태 더 심각해지면 시세 오를 수도
지난해 7월 17일 예멘 호데이다의 홍해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17일 예멘 호데이다의 홍해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의 가격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홍해 및 수에즈 운하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잠잠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배달이 오래 걸릴 뿐이지 석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세계적인 공급 과잉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 시세 급변 없어
미국 CNN은 18일(이하 현지시간) 국제 천연가스 시세를 두고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해외 상선을 본격적으로 공격한 지난달 초에 비해 약 28%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제적인 표준 유종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 선물 시세도 같은 기간 약 4% 상승에 그쳤다. 미국 내 휘발유 소매가격도 16일 기준 갤런(3.78L)당 3달러 수준으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이며 1년 전에 비하면 8% 가까이 낮다.


미 원자재 시장조사기업 케플러에 따르면 세계 원유 운송의 10~12%, 휘발유 등 석유 관련 제품의 14~15%가 홍해를 통과한다. 2020년 기준으로 세계 2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 역시 유럽으로 LNG를 운반하기 위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한다.

홍해 및 아덴만과 접한 예멘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태 이후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선언했다. 후티 반군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돕는다며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상선을 공격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관련 선박만 공격한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상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이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지난달 연합 함대를 꾸려 홍해 순찰에 나섰고 특히 미국은 이달 들어 후티 반군 근거지를 공습했다. 현재 홍해 항로는 후티 반군이 미국 상선 및 군함을 보복 공격하는 바람에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은 지난 15일 홍해를 통한 LNG 수송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수많은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선택하고 있다.

케플러의 호메이윤 팔락샤히 선임 석유 애널리스트는 최근 홍해의 혼란에 대해 “석유 시장의 경우 예전과 달리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반드시 석유 감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국제 석유시장은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산 석유 공급 감소를 우려하며 즉각 반응했다. 팔락샤히는 홍해 사태가 “공급망에 관련된 문제로 실제 공급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유조선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야 하지만 결국 옮기는 양은 그대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8일 보도에서 후티 반군이 의도적으로 대형 유조선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에너지 컨설팅 업체 포린리포츠의 맷 리드 부사장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선박 대부분은 유조선이 아닌 드라이 벌크선, 화물선"이라면서 "이는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선원들을 죽일 경우 일부 국가를 화나게 하겠지만 유조선을 공격해 환경 재해를 초래할 경우 세계가 분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20일 홍해에서 후티 반군 병사들이 헬리콥터를 이용해 자동차 운반선 '갤럭시 리더'호를 납치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지난해 11월 20일 홍해에서 후티 반군 병사들이 헬리콥터를 이용해 자동차 운반선 '갤럭시 리더'호를 납치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공급망보다 과잉 공급이 걱정
CNN은 지금 유가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세계적인 수요 감소라며 그에 따른 공급 과잉 걱정 때문에시세가 급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8일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일평균 124만배럴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보다 18만배럴 늘어난 숫자지만 2023년 수요(일평균 230만배럴)에 비하면 절반에 가깝다. 아울러 1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예상한 올해 석유 수요(일평균 225만배럴)에도 크게 못 미친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17일 발표에서 2023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5.2% 늘었다고 밝혔다. 주요 국제기구들은 중국의 GDP 성장률이 올해 4% 중반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과 OPEC 내 일부 국가들은 석유 증산에 힘쓰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월 2주차 미국의 석유 생산은 일평균 1330만배럴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다만 팔락샤히는 홍해 사태가 앞으로 몇 달간 지속될 수 있다며 브렌트유 가격이 앞으로 몇주 안에 배럴당 85달러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란이 참전하는 등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더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18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보다 1.6% 오른 배럴당 79.1달러에 장을 마쳤다.


한편 CNN은 주요 천연가스 수입국인 유럽연합(EU)에서 우크라 사태 이후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저장시설을 건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6일 기준 EU의 천연가스 비축량이 78%에 달해 2017~2021년 평균(63%)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처럼 유럽에 이미 천연가스가 많고 카타르가 유럽에 수출하는 양이 전체 EU 수입량의 약 5%에 불과하다며 홍해 사태로 인해 천연가스 시세가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년 7월 14일 독일 중부 헤센주 아이터펠트 인근에서 촬영된 천연가스 저장 시설.AP뉴시스
2022년 7월 14일 독일 중부 헤센주 아이터펠트 인근에서 촬영된 천연가스 저장 시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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