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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AI시대에도 도서관의 가능성은 진화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1 19:20

수정 2024.01.21 19:20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도서관은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문화공간이다. 집 근처 가까운 곳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느냐 아니냐는 문화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고 말한 빌 게이츠가 아니더라도 도서관에서 자신만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도서관 확충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2017년 1042개관이던 공공도서관은 2022년 1236개관으로 늘었고, 작은 도서관은 2017년 6058개관에서 2022년 6899개관으로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의 국정 목표 아래 '진정한 지역 주도 균형발전 시대'를 약속했다. 도서관 정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도서관 건립과 운영 등 도서관 정책을 이제는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중앙정부 역시 지역의 도서관 정책을 존중하고 지원하며 협력하는 한편 취약계층 지원 강화, 지역격차 해소, 미래 대비 등 그 역할을 본격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11월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공지된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 5개년 계획)에는 변화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과제들이 담겨 있다.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국립장애인도서관 독립청사를 건립하고 장애 유형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점자 도서, 수어 영상 도서, 읽기 쉬운 책·영상, 오디오북 등 대체자료 장서 12만권을 확보할 것이다. 또한 다문화가족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어르신을 위한 '큰 글자 책' 보급도 확대해간다.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따라 도서관의 변화를 준비하는 일 역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다.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서관 정책 데이터 지원을 강화하고, 도서관의 AI 서비스 본격 추진을 위해 '데이터 전문사서'를 시범 양성한다. 또한 AI 및 로봇 기술을 적용한 업무지원 시스템을 개발해 도서관 업무의 지능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한국의 지식 문화유산을 총망라한 디지털 아카이브 '코리안 메모리'를 2028년까지 30만건 구축해 문화예술자료의 통합 이용환경을 제공하고, 기업과 연구자를 위한 '데이터 서비스'도 본격 추진한다. 또 가상 국립도서관을 구축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된 새로운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는 '더 그레이트 굿 플레이스(The Great Good Place)'라는 저서에서 제1의 공간인 '집'과 제2의 공간인 '직장' 외에 비공식적 공공공간으로 '정서적으로 건강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난 곳'을 제3의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도서관이야말로 집과 직장에 이은 '제3의 공간'으로서 지역의 문화와 생활, 소통의 중심이 되며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원격근무를 위한 공유공간, 학습과 놀이의 접목 등 누구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확장돼야 한다. 공공도서관에 지역의 역사와 인물 등 특색 있는 색을 입혀 지역의 명소 공간이 되게 하면 관광객 유입효과도 생길 것이다.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 효용은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고 확장될 수 있다.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치고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디자인해 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이 지역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도서관, 특색 있는 명소 도서관이 여러 지역에 등장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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