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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벼랑끝 중대재해법, 국회서 통큰 결단 내리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1 19:20

수정 2024.01.21 19:20

25일 본회의 불발시 27일 시행
중소업체 폐업은 곧 민생 위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유예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유예하는 논의가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시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경영계와 정부·여당이 21일 영세사업장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확대 적용을 유예할 것을 요청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몰렸다. 실낱같은 희망은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에 달렸다. 24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논의하는 게 마지막 기회다. 이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27일부터 확대 적용이 본격 시행된다.


중대재해법 논쟁이 대립으로 치닫는 이유는 기업 현장에 대한 정치권의 무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년여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을 집중 지원해 왔다. 그럼에도 전체 사업장 가운데 절반인 40여만곳에 대한 지원은 미치지 못했다. 일각에선 고용노동부의 행정적 태만을 꼬집는다. 그러나 중소사업장 관리 지원의 범위가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의 업무 태만으로 몰아가는 건 지나친 선입견이다. 지난 2년의 유예기간만으론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란 말이다.

중대재해법 대응 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응 격차도 처음부터 제기돼온 우려였다. 실제로 중대재해 상당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진다. 지난 2022년 산업재해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2년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61.7%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더구나 업무상 질병사망자를 제외한 업무상 사고사망자 비율은 50인 미만 사업장이 80.9%에 달한다. 이런 현실과 팩트를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이 난무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이 많으니 법안을 하루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노동계 논리가 대표적이다. 처벌을 강화하면 산업재해가 줄 것이란 사고는 매우 단순한 발상이다. 중대재해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건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사업장 폐업으로 이어진다. 법대로 하면 사업주 등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맞아 회사 존립이 흔들린다.

50인 미만 사업장이 일부 업종에 한정됐을 것이라 생각하는 탁상공론도 문제다. 중대재해법이 미치는 산업은 건설현장이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유예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나선 이유다. 국내 차 부품기업 1만여개 가운데 종업원 수가 50인 미만인 사업장 비중은 94%를 웃돈다. 차 산업은 국내 대표적인 수출효자 업종이다. 최근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 막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영세한 부품업체가 추가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 속에 중대재해법 적용까지 받게 생겼다.

기업의 성장은 곧 일자리라는 사실을 정치권은 외면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사업주에게만 이익이라는 노동계와 야당의 주장은 지나친 일반화다. 민생의 뜻과 범위를 알고 있는 건지 의아스럽다.

야당은 연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대한 양보안을 내놓길 바란다. 여당도 합당한 선에서 가능한 한 야당의 조건을 신중히 검토하여 반영하길 바란다.
중대재해법이 공전을 거듭하는 것 역시 여야의 진영 싸움으로 보일 뿐이다. 진영논리를 민생으로 포장해 과도한 갈라치기를 지속한다면 오히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유예를 25일 확정하는 통 큰 정치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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