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정상화펀드 성과 없자 잇단 유인책 내놓은 당국
공경매 직접 매입 허용과 취득세 50% 한시 감면 등
업계는 "비용 면에서 효과 있다..후순위 채권자 전액 손실은 우려돼"
공경매 직접 매입 허용과 취득세 50% 한시 감면 등
업계는 "비용 면에서 효과 있다..후순위 채권자 전액 손실은 우려돼"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경·공매 사업장 인수 방법을 추가 도입한 가운데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안으로 제2금융권의 부실을 이전보다 신속하게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동시에 후순위 채권자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캠코, PF 경·공매 인수 실무 작업 돌입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경·공매로 나온 부실 사업장 역시 PF 정상화펀드가 채권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실무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7일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서 PF 정상화펀드의 PF사업장 채권 취득 허용 방식을 확대하기로 한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 업무계획에 따르면 기존에는 사업장을 팔려는 대주단과 사려는 자산운용사 간 가격협의를 통한 매입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공·경매를 통한 직접 취득도 허용된다.
캠코 관계자는 "공·경매를 통한 직접 취득이 가능하려면 PF정상화펀드의 위탁 운용사와 펀드에 투자한 투자기관들의 동의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이에 운용사 측에서 새로 개정된 투자약정서로 변경해 승인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PF정상화펀드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캠코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플랫폼에 등록된 전국 80여개의 부실 우려 사업장 중 새 주인을 찾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사업장 가격 및 조건 산정을 둘러싸고 '제 값을 받겠다'는 대주단과 '여전히 비싸다'는 사업자간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캠코는 플랫폼 조성 후 전반적인 매각절차 일정만 조율하고 가격·조건은 거래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캠코 관계자는 "운용사와 대주단의 인수·매각의향 확인된 다수의 사업장에 대해 가격·조건 관련 협상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성사된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자체 조성한 'PF 부실채권 정리펀드' 역시 사업장 단 1곳을 매입한 데 그치고 있다.
■문제는 속도..매각 허들 낮추고 다양화
이처럼 PF 부실 사업장 정리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제2금융권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권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제2금융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3조6000억원에 이른다. 2년 새 24.9% 급증했다. 같은 시기 비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은 건설업 5.51%, 부동산업 3.99%에 달했다. 2022년 동기(1.77%, 1.55%) 대비 3배 높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정상화펀드 재구조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위 업무계획 발표 다음날인 지난 18일 PF 정상화 펀드 내 PEV의 사업장 매입 시 2025년까지 한시 취득세 50% 감면을 위한 '지방세 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올해 1·4분기 중 발의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PF정상화펀드에서 토지 등 PF자산 취득시 취득세 50% 감경하면 결과적으로 매입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정상화펀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반응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상화펀드를 거칠 경우 요구사항이 많은데다 준공 또는 분양까지 가서 자금회수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자 등 할인율이 상당하다"며 "반면 직접 경공매로 처리할 경우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공매 진행으로 낙찰가가 낮게 형성될 경우 후순위 채권자들이 최악의 경우 '전액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나중에 물량이 쏟아지면 그때는 지금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도 안 팔리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포석을 쌓는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매각 방법을 좀 더 넓혀주는 의미"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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