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건산연 추정 부실규모 70조
금융 직접대출·유동화 증권 포함땐
100조원 가량 부실 폭탄 될수도
업계 "유동성 부족 주범은 책준"
정부 차원 적극적인 개선책 요구
금융 직접대출·유동화 증권 포함땐
100조원 가량 부실 폭탄 될수도
업계 "유동성 부족 주범은 책준"
정부 차원 적극적인 개선책 요구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조원을 웃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 대부분이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자금 지출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더 큰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PF 총 익스포저를 202조6000억원 규모로 집계했다. 앞서 건산연은 국내 PF 대출잔액 약 130조원 중 최대 부실규모가 70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당시 수치는 지난 2023년 6월말 기준으로, PF 유동화증권과 새마을금고 대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건산연에 따르면 2023년 12월말 기준으로 전 금융권과 유동화 증권을 포함하면 금융권 직접대출 160조5000억원, PF 유동화증권 42조1000억원 등이다.
직접대출은 은행이 44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보험사(43조5000억원), 여신전문사(26조1000억원), 새마을금고(15조7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유동화증권은 등록이 5조원 정도다. 비등록(자산유동화계획을 등록하지 않고 발행한 증권)은 37조10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부동산 PF 대출 중 약 50~60% 가량이 부실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PF 익스포저를 감안하면 최대 부실 규모가 200조원의 절반인 100조원 가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산연은 이번 위기가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건설·금융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PF 대출 규모 자체가 크게 늘어났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10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PF 규모가 과거보다 월등히 커서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기 당시 없었던 책임준공 확약 이행에 따른 자금 지출이 늘고 있는 것도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책임준공확약은 금융권이 PF 대출 과정에서 시공사에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여러 부담을 떠넘기는 계약이다. 기한 내에 사업을 완료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시행사 채무까지 보증한다. 부도나 문을 닫은 건설사 대부분이 책임준공 확약에 따른 자금난으로 도산을 맞았다.
김 연구원은 "상당수 건설사가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책임준공 의무이행으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면서 현재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더 많은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1·10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과감한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울러 '책임준공 확약'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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