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자 지급하는 파킹형 ETF
고금리에 자금 늘며 몸집 커진 탓
고금리에 자금 늘며 몸집 커진 탓
전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합성형이 22%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착시 현상으로 분석됐다. 대부분 합성형으로 구성되는 파킹형 상품이 자금을 대거 끌어 모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를 제외하면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다. 증권사와의 계약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투자자에 전가된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상장된 92개 합성 ETF의 순자산총액은 26조30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시장의 21.7%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1년(3.9%), 2022년(12.2%) 대비 비중이 대폭 커졌다. 상품 수도 이 기간 51개→69개→92개로 빠르게 늘었다.
하지만 상품 면면을 뜯어보면 이 지표를 시장 전체의 성장으로 해석하긴 힘들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미국무위험지표금리(SOFR),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상품이 포함돼 있어서다. 이들 상품은 모두 특정 금리를 따르며, 매일 이자를 수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은행 상품과 달리,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고, 주식처럼 매도해 언제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시장금리가 대폭 상승한 지난 2년여 사이 몸집을 크게 키웠다.
하지만 상품의 수익률을 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파킹형'으로 불린다. 합성 ETF 자체가 2013년 2월 ETF 투자범위를 실물 복제가 까다로운 해외지수·자산 및 원자재까지 확대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만큼 파킹형 상품을 빼고 시장 규모를 판단하는 방식이 더 정확하다.
실제 이들 유형의 순자산을 제외할 경우 합성 ETF 비중은 2023년 말 기준 2.58%로 '뚝' 떨어진다. 앞선 2년 간의 수치도 각각 3.93%, 3.32%로 오히려 하락세가 나타난다.
비용 문제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합성 ETF는 기초자산을 실물 형태로 보유하지 않고, 거래상대방(증권사)과 수익률 스왑(교환)을 통해 지수를 복제·추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운용사는 원화예금, 국채 등 대체자산에 따른 수익을 증권사에 지급하고, 그 대가로 해당 지수 수익률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이 때 '스왑 스프레드' 등이 총보수나 증권거래비용과 별도로 따라붙게 돼 실물 ETF 대비 합계 비용이 커질 여지가 크다. 합성형은 포트폴리오를 직접 품고 있지 않아 배당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권민경 연구위원은 "합성 ETF는 거래상대방 위험과 스왑계약에 내재된 비용 등 추가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실질적 운용 행위가 펀드 내부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증권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펀드가 그 대가로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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