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수 측 "최루액 스프레이, 흉기 해당 안 돼…계획 범죄 아냐"
[파이낸셜뉴스] 특수강도 혐의로 수감됐다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도망쳐 탈주극을 벌인 김길수가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이는 특수강도 혐의만 적용된 것으로, 도주 혐의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의 특수강도 혐의 공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최루액 스프레이는 호신용품임에도 이를 흉기로 사용했다"며 "구속심문 직전 플라스틱 숟가락을 삼키고 도주한 점,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피해금액이 큰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김씨 측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최루액 스프레이를 흉기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흉기를 사용해 금품을 빼앗는 '특수강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구매한 최루액 스프레이는 식물성 원료로 만든 것으로, 살상 도구가 아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스프레이를 분사했으나 피해자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커피잔을 던지는 등 몸싸움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춰보면 최루액 스프레이가 흉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계획 범죄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현금을 강취하려는 계획으로 피해자를 만난 건 아니었고, 도박 빚으로 인해 이같은 결과에 이르게 됐다"며 "피해자가 위법한 목적으로 현금을 갖고 나온 점, 현금 대부분이 회수된 점,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얻은 범죄 수익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생각이 너무 짧았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으며, 현금을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다 현장에 두고 왔다"며 "이번 일로 가족들 신상이 다 노출됐고, 고통받고 있다. 정말 죄송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8일 선고기일을 열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불법자금 세탁을 의뢰하는 것처럼 피해자에게 연락한 후 현금을 갖고 나온 피해자에게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리고 7억4000만원이 든 돈가방을 빼앗아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김씨는 허위로 작성된 통장 잔금 증명서를 보여주며 피해자가 현금을 건네면 돈을 이체해 줄 것처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플라스틱 숟가락을 삼킨 뒤 복통을 호소했고,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도주하기도 했다. 그는 63시간 동안 도주극을 벌이다 붙잡혔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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