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경민 특파원】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극히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25일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은 지난달부터 이어진 복수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6일에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관련 소송에서 원고가 승리할 경우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뜻을 이미 표명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에서 재원을 마련해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야시 장관은 일본 기업인 히타치조선이 공탁한 돈을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배상금으로 받기 위해 청구한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한국 법원이 인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에 제3자 변제 해법을 적용하도록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히타치조선에 대한 한국 법원 판결을 결코 수용할 수 없기에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며 "일본 기업이 법원에 공탁금을 냈다는 점에서 특수하고 다른 예가 없지만, 한국의 작년 3월 조치에 따라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하야시 장관은 히타치조선의 공탁금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될 경우 일본 내에서 반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질문에 "한일의 긴밀한 협력이 지금처럼 필요했던 때는 없었다"며 "양국 간 현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하면서 여러 면에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법원은 이날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유족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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