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지역 맛집으로 소문난 '향촌갈비'
손주필 화백이 3대째 물려 받아 운영
손주필 화백이 3대째 물려 받아 운영
밀양 아리랑시장 인근에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 '향촌갈비'가 있다. 허영만 작가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곳으로, 130여년의 나이를 훌쩍 넘긴 고택과 수령 250년의 모과나무 연리지를 볼 수 있어 SNS 방문 후기가 줄을 잇는 곳이다.
이 식당의 주인은 '수묵화 명장'으로 이름이 알려진 청우 손주필 화백(71·사진)이다. 20대 시절 서울에서 공부를 하다 결혼을 한 25세 때 고향으로 내려왔다. 양돈업과 과수원에 이어 식당을 차려 생업을 이어가다 1998년 무렵에야 문인화에 입문했다. 이후 30여년간 대한민국 미술대전, 강암휘호대전,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등에서 특선과 우수상 등 총 30회 이상 수상 기록으로 대가로 인정받았다.
1652㎡(약 500평) 규모 고택은 밀양 손씨인 화백이 3대째 물려받은 집으로, 현재도 사랑채를 가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아버지가 군의관이던 시절 이곳 중채에 세들어 살았는데, 안 의원이 당시 이곳 중채에서 태어난 일화도 유명하다.
손 화백이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에 들어서면 서울 인사동의 어느 갤러리에 와 있나 하는 착각이 든다. 식당은 안채와 별실 등 한옥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문틀 구조만 모두 통유리로 바꿔 리모델링했다. 내부 벽 곳곳에는 손 화백이 직접 작업한 수묵화가 걸려 있다. 한옥이 지닌 전통의 아름다움과 크고 작은 작품들, 중정과 연리지, 또 서양풍의 모던한 인테리어가 곁들여져 정갈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넘친다.
그가 즐겨 그리는 문인화는 전문적인 화가가 아닌 사대부층이 여가로 즐긴 그림이다. 먹의 농담으로만 피사체의 형체와 특징을 드러내는 만큼 섬세한 힘 조절과 타고난 미적 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가 수년 전 그린 사신도 그림은 홍삼 제조기업 진삼가의 프리미엄 상품 패키지에도 새겨졌다. 청룡의 해를 맞아 더욱 주목받는 사신도 속 좌청룡의 당당한 자태는 이영옥 전통자개 명장과의 콜라보로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하는 중이다.
잉어를 소재로 한 그림을 가장 즐겨 그린다는 손 화백은 "70여점의 작품이 그간 쌓였고, 100점까지 채워 올해는 개인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양에서 태어나 밀양에서 일하며 밀양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그의 마지막 버킷리스트인 셈이다. 손 화백은 "내 고향이라 딱히 어디가 더 좋다 말할 건 없다"면서도 "또 놀러오라"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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