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사업장 사업주도 안전 책임 강화
준비 안된 사업장 많아 당분간 혼란 불가피
당정대-야당, 네탓공방...2월 처리도 힘들 듯
준비 안된 사업장 많아 당분간 혼란 불가피
당정대-야당, 네탓공방...2월 처리도 힘들 듯
[파이낸셜뉴스]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50인(50억원)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면서 당분간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여야는 이번 법안 확대 시행에 대해 서로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주들에 대한 피해 대책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정부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공동안전관리자를 지원하는 등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대-야당, 서로 남탓만...민생은 뒷전
국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이틀 앞두고 지난 25일 열린 법 시행 전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도 여야는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처법이 적용된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그동안 개정안 처리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예방 예산 2조원(현재 1조2000억원) 확보'를 요구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앞선 야당의 조건을 수용했지만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25일 본회의가 끝난 뒤 산안청 설치를 요구한 야당을 작심 비판했다. 이 장관은 "2020년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산안청 설립에 관한 법안 발의를 했고 2년 반 동안 뭉개다가 지난 16일 (산안청 설치) 제안을 해왔다"며 "안전보건 정책은 패러다임, 철학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2021년 1월 여야 합의를 기반으로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산업안전 예방 기능을 강화하라고 해서 예산과 인력을 확대했고 홍익표 당시 정책위의장이 '정부조직법을 바꿀테니 그때 가서 청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며 "민주당이 하려 했다면 열심히 논의해 지난해 1월 산안청이 출범해야 했지만 손 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2022년 현재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도 50인 미만 기업의 중처법 유예기간 동안 적당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0인 미만 기업 사망사고시 엄정 수사
고용부는 이번 법 시행으로 새로 중처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50인 미만 사업장을 전국 83만7000곳으로 추산한다.
이들 사업장은 이날부터 중처법에 따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강화된다. 시행령에 규정한 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한다.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해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는 등의 내용이다.
동네 빵집 사업주도 반죽기계 등의 위험요인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
중처법에 따라 위험성평가를 소홀히 한 탓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장관은 "(27일 이후) 50인 미만 기업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예외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며 "해당 기업에서 위험성 평가를 토대로 규모와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충분한 재해예방 노력을 했는지를 면밀히 살펴 엄정하게 수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中企 "준비안돼" 아우성…정부 추가 가능성에도 '자포자기'한 듯
중소기업계는 지금처럼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중처법이 전면 시행돼 영세사업장의 사업주가 처벌을 받으면 업체는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법안 재유예를 호소하고 있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중소·영세사업장 사업주의 법 수용성도 문제다. 모호한 법 규정 탓에 대기업조차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사업주들의 혼란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5일 본회의에서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영자 처벌(1년 이상 징역)을 목적으로 제정된 중처법은 대기업조차 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산업현장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법률"이라며 "국회는 법 적용 유예 연장방안과 산재취약 기업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제 관심은 2월1일 본회의에서라도 유예 법안이 처리될지 여부다.
다만 이 장관은 "(야당이)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니까 또 논의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비꼬았다.
만약 유예가 결정될 경우 이날부터 다음달 1일 사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정황을 감안해서 검찰에서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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