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삼성서울병원, '샤르코 마리 투스병' 치료법 세계 최초 개발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인 삼성가를 괴롭혔던 유전병 ‘샤르코 마리 투스병2Z’(CMT2Z) 치료 길이 열렸다. 이 질병은 말초 신경 구성요소 중 하나인 수초가 손실돼 근육위축, 무감각, 발 기형,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난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염수청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와 최병옥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지난 16일 국제 학술지 ‘브레인’에 CMT2Z의 발병 원인을 최초로 밝혔다.
샤르코 마리 투스병은 1886년 처음 이 병을 설명한 의사 3명의 이름을 딴 신경질환으로 인구 10만명당 19명에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손과 발의 근육이 점점 위축돼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증상이 매우 심하면 뇌 장애도 발생하고 휠체어에 의존하여 생활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치료제는커녕 발병 원인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가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이 질환을 앓았다.
특히 CMT2Z는 MORC2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며 샤르코 마리 투스병 중에서도 치료제의 개발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유형으로 꼽힌다.
공동 연구팀은 CMT2Z의 발병과정을 연구하기 위해서 MORC2 변이를 가진 동물 모델을 제작하고, 변이를 가진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CMT2Z 변이가 단백질 합성 감소를 유도하고 활성산소 중 가장 파괴적인 것으로 알려진 하이드록실 라디칼(hydroxyl radical)을 증가시켜 신경 손상을 유발함을 밝혀냈다.
또 MORC2 유전자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신경 특이적 바이러스를 적용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동물모델에서 한 번의 주사 치료로 신경과 근육의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CMT2Z 환자에서 유래된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사용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치료 결과를 확인했다.
현재 유전자 치료제는 9종이 개발돼 시판 중이지만 1회 투여 비용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
최병옥 교수는 “CMT2Z 유전자 치료제의 최적화를 통해 CMT2Z 환자에게 환자 맞춤형 치료와 경제적 부담이 적은 유전자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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