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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공무원 승진서 '주택보유현황' 일률적 평가, 재량권 일탈" 대법[서초카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8 11:53

수정 2024.01.28 11:53

경기도의 2020년 12월 4급 승진후보자 대상 '주택보유조사' 법령상 근거 없어
이를 허위 신고했다고 강등 징계 처분 내리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워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공무원이 4급 승진심사 과정에서 다주택 보유현황을 허위 신고했다는 이유로 강등 징계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기도가 2020년 12일 진행한 4급 승진후보자 대상 ‘주택보유조사’ 자체가 법령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 평가 요소로 삼은 것 역시 임용권자가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경기도 지방서기관 4급 승진 후보자였던 A씨가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강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8일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5급 지방행정사무관이던 A씨는 2021년 2월 4급 승진 심사 때 주택 2채와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보유하면서도 주택 2채만 가지고 있다는 답변서를 제출해 승진에 성공했고, 뒤늦게 이런 사실이 드러나 ‘강등 징계’ 처분을 받았다.

경기도가 A씨 징계 근거로 제시한 것은 지방공무원법의 성실의무 위반이다.
이 법은 공무원 임용의 경우 시험성적, 근무성적, 경력평정, 그 밖의 능력 실증에 따라야 하며 모든 공무원은 법규를 준수해 성실히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경기도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맞춰 4급 승진후보자에 대해 주택보유조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다른 4급 승진후보자 가운데 다주택 보유로 신고한 이들은 모두 승진에서 탈락했다.

1심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만 경기도가 징계를 정하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봤다.

따라서 쟁점은 △공무원 인사 운용 관련 규정의 해석·적용 방법, △5급→4급 공무원 승진임용 절차·방법, △법령상 근거 없이 ‘다주택 보유 여부’를 4급 공무원 승진 심사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지 등이 된다.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1심과 같이 ‘재량권 일탈’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시세차익을 위한 투기용 또는 부정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면 직무수행능력과 관련이 있는 도덕성·청렴성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단순히 ‘주택보유현황’ 자체는 이를 실증하는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의 주택보유현황을 아무런 제한 없이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택보유조사에 응하거나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지방공무원법상 성실의무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만약 이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면 법령상 근거 없는 부당한 지시에도 공무원의 복종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주택 보유 여부’를 4급 승진임용 심사에서 일률적인 배제사유 또는 소극요건으로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원고의 허위 신고가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본다면 이는 피고의 주택보유조사의 결과를 4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 심사 또는 인사기록에 주된 평정 요소로 반영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법령상 근거 없이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평가 사유로 반영했거나 이러한 사정을 승진임용에 관한 일률적인 배제사유 또는 소극요건으로 삼았다면 이는 임용권자의 임용권에 대한 자의적 행사”라며 “헌법상 직업공무원제도의 취지·목적·능력주의 원칙은 물론 지방공무원법령 규정에 반하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무성적평정·경력평정 및 능력의 실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을 4급 공무원 승진임용에 일률적인 배제사유 또는 소극요건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며 “승진임용 심사에 반영할 수 있는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의 구별 기준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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