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폴란드에 30조원 규모의 2차 무기 수출을 앞두고 있는 국내 방산업계가 계약 무산 위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폴란드와의 추가 무기 계약을 앞두고 정책금융 한도가 모자라 증액이 필요하지만, 국회서 법률 개정을 위한 입법 논의가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방산 수출 위한 '수은법', 6개월째 국회 공전
29일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에 한국산 무기 구매 대금을 추가로 대출해 줄 수 있도록 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지난 9일 종료된 임시국회에서 한차례도 심사하지 못한 채 보류된 상태다. 지난 15일 시작된 1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되지 않는다면,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21대 국회의원 임기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방산 거래는 정부 간 계약 성격을 띠고 수출 규모가 커서 무기 수출국이 수입국에게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관례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의 K2 전차 980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전투기 48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후 1차 계약을 통해 FA-50 48대, K9 212문 등 124억 달러(약 17조원)의 무기를 계약했다.
문제는 잔여 물량이 걸린 30조원대 2차 계약부터다. 1차 계약에서 이미 수은의 정책 금융 한도가 거의 소진됐다. 현행 수은법에서는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어 동일 국가에 제공할 수 있는 정책금융 한도는 7조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에어로, 금융계약 체결 시한 6월 말...개정안 심사 속도 내야
수은의 수출 금융 지원이 어려워지자 여러 금융기관이 집단 대출하는 '신디케이티드 론'이 추진됐지만 폴란드 측은 여전히 금리·보증에서 유리한 한국 정부의 수출 금융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계약 축소 및 무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2차 계약 중 일부인 K9 자주포 152문 추가 수출을 성사시켰지만 이 역시도 금융지원을 전제로 한 '조건부 계약'이다. 오는 6월까지 금융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입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여야는 지난해 7월부터 수은 자본금 한도를 현재 15조원에서 35조원까지 확대하는 수은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아울러 폴란드의 정권 교체도 변수로 떠올랐다. 작년 말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야권연합은 한국 무기 구입 자금줄인 특별 예산 편성에 비판적이다. 무기 체계에서 한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국내 방산업계에는 더욱 계약 파기의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감돌는 분위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4·10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1∼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국회가 국익 차원에서 개정안 심사에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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