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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 돕는 기술대출 33조 급감… 은행 "거품 빠지는 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8 17:58

수정 2024.01.28 17:58

대출건수도 1년새 14만건 감소
"양적으로 불어났던 기술대출 유망기술기업 중심 옥석가리기"
대출기업 49% 기술능력 조건 미달.. 기술평가 공정성·전문성 높여야
혁신기업 돕는 기술대출 33조 급감… 은행 "거품 빠지는 중"
은행권이 혁신·중소기업의 '유망한 기술'에 대해 신용으로 대출을 해주는 기술신용평가잔액이 1년 간 약 33조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중소기업 지원이 급격하게 감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양적으로 불어나던 기술 대출이 고부가가치 유망 기술을 가진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등 질적으로 개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혁신 기업을 지원하는 기술신용대출 취지에 맞게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은행권은 대출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은행 기술신용대출잔액은 310조3334억 원으로 1년 전(343조569억 원)에 비해 약 33조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건수도 지난 2022년 11월 88만4378건에서 지난해 11월 74만17건으로 약 14만건 감소했다. 기술평가액은 같은 기간 256조6466억원에서 233조5047억원으로 줄었다.

은행권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혁신·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기술신용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평가기관이 △기술개발환경 △기술인력현황 △연구개발(R&D) 실적 △지식재산현황 등을 통해 T1(최고)~T10(미흡) 단계로 기업의 기술능력을 평가하면 은행은 상환능력이 있는지 심사해 대출을 내주는 구조다.

은행들은 지난 1년 간 기술신용대출이 급감한 데 대해 "버블이 꺼지면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중소기업 지원이 축소된 것이 아니라 그간 양적으로 팽창했던 대출이 질적으로 개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은행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출연금 이슈가 있어서 기술신용대출 실적을 늘려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술 유망기업이 매달 늘어나는 게 아닌데, 그간 대출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술신용대출 제도가 운영됐다"고 말했다. 평가기관이 기술평가 수수료를 받고, 은행들은 대출 실적을 늘리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에도 기술신용대출 제도가 활용됐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제도 초기에는 도소매 업종에 창고만 있어도 '재고를 잘 관리하는 것도 기술'이라며 기술평가서가 발급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그간 양적 성장을 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돌아서서 평가서 발급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은행권 기술신용대출잔액이 감소한 것도 만기 연장 과정에서 평가서를 못 받는 기업들이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감사원은 최근 금융위 대상 정기감사에서 TCB 평가서 3856건을 표본점검한 결과 49%가 기술금융 인정대상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TCB 평가의 정확성·공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은행도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성과지표에 반영해 무리한 대출 늘리기에 동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TCB 평가의 객관성 제고, 은행의 '옥석 가리기'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이 메말라서 힘든 핀테크 업계나, 우량한 제조기업인데 재무구조가 안 좋아 대출에 제약이 있는 기업들을 찾아내는 게 기술신용대출 취지"라며 "실제 기술이 탄탄한 핀테크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현재 자금시장에서 어려운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의 평가등급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의 부가가치를 바탕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만큼 평가기관과 은행들의 실질적인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무형 자산인 기술을 평가할 때 항목의 일관성을 높이고 외부 심사위원을 다양하게 구성해 기술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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