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마스크 단가 시장가격과 비슷하고, 이득도 미미" 파기 환송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초창기 때인 2020년 2월. 당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보건당국은 대량으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경우 신고·승인받아야 하는 긴급 조치를 발동했다. 가격이 급등하거나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한 판매업자는 이를 지키지 않고 10억원 상당의 마스크를 판매했다가 결국 상고심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 검찰이 날짜를 잘못 계산했고 폭리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는데, 대법원은 어떤 최종 판단을 내렸을까.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마스크 판매업체 대표 A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2월 12일부터 같은 해 5월 29일까지 식약처장 승인·신고 없이 보건용 마스크(KF94) 43만6000여개를 9억2000만원 받고 판매한 혐의(물가안정법상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가 적용됐다.
또 2020년 4월 24~27일 KF94 마스크 3만2000개를 매입한 뒤 1만2000장을 반환·판매하지 않고 77일간 보관한 혐의(물가안정법상 매점매석행위금지 위반)도 받고 있다.
당시는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에서 ‘심각’으로 격상되던 시기였다. 불안감이 증폭되며 시중 유통 마스크도 동이 났고, 식약처는 동일한 판매처에 같은 날 일정 수준 이상을 판매하는 경우 신고·승인받아야 하는 긴급수급조정조치를 2020년 2월 12일부터 시행했다.
또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 마스크 판매 영업을 한 사업자는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모두 판매하거나 반환해야 한다는 조치(매점매석행위금지)도 단행했다.
물가안정법은 제6조에서는 재정·경제상 위기, 수급조절 기능이 마비돼 수급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공급·출고 등에 대한 긴급조치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1심은 긴급수급조정조치 및 매점매석행위금지 위반 혐의를 일부 유죄로 보면서도 마스크 판매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이 아닌 점, 판매처가 지자체 등이었기 때문에 신고·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잘못 생각한 점, 판매 가격이 시장가격을 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으나 2심은 “과도한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벌금 500만원으로 형을 낮추는데 그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매점매석행위금지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를 파기하면서 경합 관계에 있는 나머지 부분도 함께 원심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매점매석행위금지 대상으로 규정한 ‘2020년 1월 1일 이후 신규 영업자’ 보다 앞선 ‘2019년 1월 1일 이후 신규 영업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2010년 1월부터 적어도 45만 6000장 마스크 전부를 공공기관 또는 관공서에 공급·판매한 점 △마스크 단가가 시장가격과 차이가 없어 취득한 이득 규모도 미미한 수준인 점 등을 근거로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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