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파이낸셜뉴스] 청소년들의 마약류 오남용이 급증하고 있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환자 1946만명이 의료용 마약류 18억736만개를 처방받았다. 2019년에 비해 환자 수는 5% 늘고 처방량은 11% 늘었다. 이중 10대 이하 마약류 처방환자의 1인당 처방량은 2019년 54개에서 2022년 81개로 3년만에 48.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을 만나 마약 오남용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오 처장은 청소년들이 마약류에 손대는 것을 막기 위해 식약처 등 정부 기관이 적극 소통해 예방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꼼수 처방을 통한 의료용 마약류 과다 처방 등에 대해서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적발하고, 이를 고도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소년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식약처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지난 2022년에 10대 마약사범 비율이 2.6%였는데, 지난해 1~11월까지 19세 이하 마약사범 비중은 5.55%로 약 2배 급증했다. 온라인 접근이 친숙한 10대가 손쉽게 마약을 사게 된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본다. 식약처는 예방 차원에서 메타버스, 웹툰 등 청소년에게 다가갈 수 있는 뮤지컬 등을 통해 문화적 접근을 시도중이다. 청소년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식약처는 메타버스 환경을 따로 만들었다. 마약퇴치운동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DrugFreeVerse'라는 배너를 클릭하면 사용자 PC에 전용 메타버스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이를 실행한 후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면, 가상 공간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상담실에 들어가 직접 상담할 수도 있다. 다년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쳐본 입장에서 얻은 교육은 교육받는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식약처는 그 방법을 문화적 접근으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메타버스 뿐 아니라 '청춘블라썸' 등 마약류 남용 방지 웹툰을 활용한 것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접근해보려는 시도다.
─식약처는 올해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마약류중독재활센터(재활센터)를 14개 신설할 계획이다. 관련된 자세한 계획을 말해달라.
▲올해는 재활센터가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2월에 인천을 시작으로 오는 4월에는 수원과 강릉 등에 재활센터를 열 계획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2025년부터는 재활센터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재활센터가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예방 교육 인력과 재활교육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식약처 하면 떠오르는게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이다. 어떻게 운영하는가.
▲NIMS는 의료용 마약류의 제조-수입-유통-폐기 과정 전체를 파악하는 전산시스템이다. 의료용 마약류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데이터로 파악하고 관리한다. 프로포폴의 오남용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던 2000년대부터 의료용 마약류를 체계적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법령 제정과 행정절차 등을 밟아 2018년 5월부터 제약사, 의사, 약사 등이 NIMS 사용을 의무화토록 했다.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와 의약품 유통상, 이를 환자에게 처방하거나 내어주는 의사, 약사 등 단계별 취급자들이 의료용 마약류의 데이터를 직접 입력한다. 이렇게 입력된 데이터가 지난 2021년엔 5억개였고, 한해 1억개 이상의 데이터가 모인다. 현재는 7억3000만개의 데이터를 집약해 모니터링중이다. 의료용 마약류 순환 전 과정을 국가가 관리하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도 관심을 보였고, UNODC를 통해 NIMS를 태국에 수출하기로 하기로 하고 실무에 착수한다.
―지난해 NIMS를 통해 연예인 유아인씨의 마약류 투약 혐의가 불거진 바 있다. 어느 단계에서 NIMS가 작동하나.
▲NIMS에선 모든 처방 정보가 다 데이터로 모인다. 의사가 어떤 환자에게 얼마만큼 마약류를 처방했는지 수치화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환자가 몰래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상습 처방을 받는다 해도 경찰이나 검찰이 알기 전에 식약처의 NIMS에는 그 기록이 한꺼번에 모인다고 보면 된다. 식약처는 수사기관이 아니고 NIMS 역시 인물 중심으로 마약류 처방을 모니터링 하지는 않는다. 식약처는 당시 데이터를 기준으로 '마약류 오남용 조치 기준'에 과도하게 어긋나 보이는 인물 50여명을 경찰에 의뢰했다. 매년 추리는 데이터지만 여기서 의뢰 대상에 들어있던 '엄홍식(유아인 본명)'이 결과적으로 수사망에 걸렸다.
―NIMS에 데이터를 수동 입력하라면 사람에 의한 정보 누락 가능성이 있는데, 개선 방안은 있는지
▲단계별 취급자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토록 NIMS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NIMS의 사용자는 제약회사, 의약품 도매상, 의사, 치과의사, 수의사, 약사 등 다양하다. 사용자들이 많다 보니 이 과정에서 모두가 능숙하게 NIMS를 다루지는 못한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정보 누락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NIMS 소통협의체를 만들어서 대응중이다.
―마약은 예방교육과 처벌, 재활 등이 모두 중요한데 한국은 '마약 콘트롤 타워'가 없지 않나. 대안이 있을까.
▲한국엔 '마약 콘트롤 타워'가 없다는 보도를가 종종 접했다. 국내에선 실질적으로는 국무조정실장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국조실장 주관하에 14개 부처가 모이는 마약류대책협의회가 운용된다. 여기서 식약처는 마약류관리법상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간사기관 역할을 한다. 예방 및 재활 교육 모델은 교육부가 담당하고,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도 협업하는 논의가 여기서도 이루어진다. 과거엔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이끄는 의장이 사회조정실장이었지만 지금은 국조실장이니 참여하는 14개 기관도 차관급이 참석하고, 그만큼 마약퇴치에 대한 정부의 사명감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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