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언급에 악용 사례 의구심
"소년 흉악범 증가" 법무부 개정안 발의
법원행정처 반대…"형사책임 단정 어려워"
"소년 흉악범 증가" 법무부 개정안 발의
법원행정처 반대…"형사책임 단정 어려워"
촉법소년 경계에 있는 피의자
30일 경찰과 배현진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특수폭행 혐의로 체포된 A군은 사건 현장에서 본인의 나이를 15살로 밝히며 '촉법소년'까지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현진 의원실 관계자는 "체포 당시 현장에서 그런 단어를 들었다고 한다"며 "경찰이 확인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사실이 알려진 이후 A군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해 범행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년법상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 10세에서 14세 미만 미성년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우선 A군이 밝힌 나이가 '만 나이' 기준이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소년법상 만 19세 미만 소년 보호사건은 가정법원 또는 관할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사건을 심리한다.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 사실이 발견될 경우 그 동기와 죄질 등에 따라 형사처분할 필요가 있다면 검찰에 송치할 수 있다. 반면 A군이 밝힌 나이가 이른바 '한국식 나이'이고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실제 만 13세에 해당한다. 이 경우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포함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
이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갈수록 늘어나는 촉법소년 범죄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 발생 현황은 2018년 7364건, 2019년 8615건, 2020년 9606건, 2021년 1만1677건, 2022년 1만6435건이다.
근본대책 나올 수 있나
촉법소년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전부터 지속됐다.
지난 2022년 전과 18범의 촉법소년이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리고 "촉법소년이니까 때려보라"고 편의점주를 조롱하는 사건이 터지며 논란이 불거지자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법안을 지난 2022년 말 발의했다.
법안은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한 상태다. 지난해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행정처는 "13세 소년이 형사책임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짓기 어렵고 다양한 보호처분 활용을 통한 교육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가정환경 개선, 정신질환 치료 등 지원 없이 연령을 낮추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후 국회 법사위는 지난해 11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안건으로 올렸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근본적 문제를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강력, 지능 범죄에 한해 제한적으로 형사처벌을 내려 강력범죄 처벌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것"이라며 "숫자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소년원 과밀, 보호처분체계 개선, 가정법원 조사관 확대 등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선도하는 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가정, 학교, 사회 전반을 개선하는 것이 힘들다고 해서 처벌만 강화하는 방향은 실효성 있는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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