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가 산하 전기차 부문 암페어(Ampere)를 분사해 기업공개(IPO) 한다는 계획을 29일(이하 현지시간) 철회했다.
전세계 전기차 시장이 예상 외로 더딘 성장을 보이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테슬라가 가격전쟁을 시작한 가운데 암페어 상장도 철회됐다.
100억유로 시총 낙관에서 후퇴
르노는 루다 데메오 최고경영자(CEO)의 과감한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암페어를 분사해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데메오는 암페어가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 맞설 유럽의 경쟁자라고 자신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암페어가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최대 100억유로(약 14조45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르노는 그러나 29일 '시장 여건'과 회사의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에 따라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데메오는 유럽 시장의 전기차 성장 둔화가 이같은 결정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유럽의 주도적인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 규제당국의 탈탄소화 정책 기조는 후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기차가 대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메오는 "전기차는 이미 역을 출발한 기차"라면서 "암페어는 르노가 이같은 탈탄소화의 챔피언 가운데 하나가 되는 동력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닛산·미쓰비시는 전기차 발 빼
티에리 피통 르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암페어 상장 철회가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피통 CFO는 이번 결정으로 전기차 부문은 프랑스 르노만 투자하고, 일본 동맹인 닛산과 미쓰비시는 전기차 투자에서 발을 빼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닛산과 미쓰비시가 여전히 전기차 투자 옵션을 갖고는 있지만 이들이 투자에 나설지 여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르노는 암페어가 '자가 자본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IPO를 통한 광범위한 자본조달 필요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르노는 아울러 자사 현금창출이 예상보다 탄탄한 것도 IPO 필요성을 감퇴시켰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부진
지난해만 같아도 암페어 IPO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테슬라 주가가 지난해 2배 넘게 폭등하는 등 전기차 종목들은 부진을 딛고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기차가 여전히 고가인데다 내연기관차와 구조가 달라 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때문에 렌터카 시장에서도 고전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전기차 수요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새해 들어서는 테슬라가 다시 가격인하에 나서면서 가격전쟁 2라운드 우려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암페어 IPO는 맥없이 사장됐다.
한편 암페어 IPO가 철회되면서 이를 르노 턴어라운드 핵심 가운데 하나로 강조해왔던 데메오 CEO의 입지도 위태로워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