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청소년 마약 중독을 막으려면 정부가 학교에도 전담 약사를 두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사들은 일선 현장의 복약지도 역할을 일반 소비자들 뿐 아니라 특히 부모 중심 교육으로도 확대해 청소년들에게 잘못 알려진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의 오남용을 막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30일 기자가 만난 최미영 대한약사회 부회장의 말이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를 역임했던 최 부회장은 청소년들의 마약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초·중·고 등 학교에도 전담약사를 두는 것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들이 남용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에 대해 부모 차원의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교에 전담약사 운영하며 상시 상담해야"
최 부회장은 "약국에선 약을 파는 행위를 하지만 약물 복용이나 투약에 대해 언제든 상담할 수 있는 지역 거점이 될 수 있다"면서 "약사 차원에서 이를 잘 활용하면 평상시에는 별도 교육과정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수시로 마약류 중독 예방 교육을 이뤄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청소년 마약범죄를 위해선 마약류 오남용 교육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마약류 범죄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에게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는 2019년 3608만개에서 2022년 4932만개로 늘었다. 청소년 1인당 처방량은 2019년 54개에서 2022년 81개로 48.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은 처방전은 주로 항불안제와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등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ADHD 치료제는 '집중력을 높이는 약', '공부 잘 되는 약', 식욕억제제는 '살 빠지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 오기 때문에 약사들이 소비자에게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다. 최 부회장은 특히 ADHD 치료제의 경우 정상인이 먹으면 효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정산인에게 효과가 나더라도 이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학생 시절부터 약물에 의지하는 습관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ADHD 치료약은 향정신성의약품중 하나로 정상인에겐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청소년들끼리 이를 나눠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처방전 없이 약을 먹는 것이므로 절대 해선 안되는 일이다. 약사가 소비자들에게 주의시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약사들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예방 교육을 약사들에게 받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과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면서 "마약 관련한 토론회 참석이나 학술 대회 등을 준비할 때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국의 약국이 경기도의 '마그미약국'과 대구의 '마중약국' 같은 임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그미약국'과 '마중약국'은 잠재적인 마약류 의존자를 발굴해 사전에 마약류 중독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약국을 의미한다. 이들 약국에 내원한 환자가 약사에게 약물과 관련한 상담을 요청하면 약사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약물중독 예방 상담을 진행한다.
그는 "약국은 시민들이 마약류 중독과 관련된 애로사항을 상담하고 조언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해나가야 한다"며 "약국이 더 이상 의약품 소매상의 지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고 단언했다.
"의사·약사·수사기관·지자체 협력 인프라 만들자"
약사들이 약물 전문가인 것은 맞지만, 의료용 마약류는 많은 약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에서 약사들이 시민들에게 마약류 중독 예방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마약류 중독에 관한 세분화된 전문 지식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재교육이 필요한 셈이다. 이를 위해 최 부회장은 2022년 약사회 부회장으로 임명된 후부터 자체적으로 주최하는 학술제의 대주제를 마약류 중독으로 선정하는 등 약사들을 '마약류 전문가'로 재교육하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대한약사회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약사들에게 연수교육하는 임무를 수행하므로 재교육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이를 활용해 약사들을 상대로 마약류 중독에 관한 전문 지식을 교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예컨대 지난해 학술제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이나 이수정 프로파일러 등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약사들이 마약류 중독 예방 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인센티브가 동반돼야 한다. 그는 "의료용 마약류를 취급 관리하는 데만 해도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투자된다. 예컨대 마약류인 코데인 성분이 들어간 감기약 등을 취급하려면 철제금고에 이중으로 보관하거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의료용 마약류의 제조 번호까지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보상해 줄 만한 경제적 지원 등이 필요는 하다"고 언급했다.
최 부회장은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란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 의사, 약사, 수사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업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료 분야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해야 하는 것이고 예방 교육 분야에서는 약사나 교육부, 지자체 등이 참여할 수 있다"면서 "관련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려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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