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3년 설 연휴를 마친 1월 25일, 평소 착실하던 A씨(35·여)가 충남 서산의 회사에 출근하지 않자, 동료들이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A씨의 남편 강주천(38)에게도 전화했지만 역시 받지 않자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남편 강씨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A씨 휴대전화 GPS가 태안군 안면도 고남 저수지 인근에서 잡혔고 강씨의 승용차가 저수지 부근에서 50여분간 머문 사실을 알아냈다.
저수지 수색에 나선 경찰은 살얼음 밑에서 텐트용 가방을 발견, 확인해 보니 A씨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 강주천, 아내 목 졸라 죽인 뒤 흉기로 시신 훼손…저수지에 버리고 해외 도주
시신에는 복부에 커다랗게 베인 상처와 10여군데 찔린 곳이 있었지만, 직접적 사인은 뒤에서 끈으로 목을 조른, 질식사로 드러났다.
남편 강주천이 아내를 죽인 뒤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것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강주천은 설날이던 1월 22일 A씨를 살해한 뒤 다음 날(1월 23일) 오후 9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라 도주한 사실이 밝혀졌다.
◇ 인터폴 적색수배 끝에 필리핀서 검거…수용소 탈옥했다 다시 체포
강주천을 살해 용의자로 특정한 경찰이 인터폴을 통한 적색수배에 나서 강씨는 도주 18일 만인 2월 10일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돼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강주천은 5월 21일 수용소를 탈출, 영원히 몸을 숨기려 했다가 탈옥 8일 만인 5월 29일 산후안 시티 한 콘도에서 다시 검거됐다.
당시 강씨는 3만 3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 1㎏을 소지하고 있었다.
◇ 남편 "마약 배달 과정 중 다툼, 깨어나 보니 아내 숨져 있어…처가에 사과할 일 없다"
강주천은 지난해 7월 1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의 죽음과 자신은 직접 연관성이 없다고 변명했다.
돈을 벌기 위해 마약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섰다는 강씨는 "메신저로만 연락하던 이들이 설날 느닷없이 찾아와 그들과 대화하던 중 습격을 당해 정신을 잃었다"면서 "다음날 깨어나 보니 아내는 숨져 있었다"고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려운 마음에 아내를 저수지에 버렸다. 아내 사망은 사고였기에 처가에 사과할 일 없다"고 했다.
◇ 강주천, '캄보디아 마약왕' 송 밑에서 배달책으로
산후안의 그릴힐스 교도소에 수감 중인 강주천은 동남아 마약의 국내 유통책인 송모씨 밑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국내로 송환돼 무거운 형벌을 받기보다는 필리핀 교도소에 머물며 마약 유통 관련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판단, 재체포될 때도 보란 듯이 필로폰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마약에 손댄 외국인에 대해 '종신형'에 처하는 등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문제는 종신형을 선고받으면 한국으로의 송환이 어렵다는 점이다.
◇ 억울하게 죽임당한 아내…남편은 필리핀 교도소서 VIP 대접
필리핀 교도소에선 돈만 있으면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른바 'VIP'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1일 한국인 마약왕으로 유명한 박왕열씨(46)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입을 열면 (한국) 검사 등 옷 벗는 놈들이 많을 것", "나는 송환되지 않는다"는 등 큰소리치면서 자유롭게 핸드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강주천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필리핀에서 뻗치기를 하고 있다.
살해당한 뒤 차가운 얼음 속 밑에 잠들었던 강씨의 아내만 억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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