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가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유로사용 20개국)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둔화된데 따른 것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누그러지면서 ECB가 금리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이라는 낙관이 강화되고 있다. 이르면 4월 첫번째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3월 19~20일에 이어 4월31일~5월1일 예정돼 있다.
물가 오름세 둔화
유로존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격히 둔화된 것으로 1월 31일(이하 현지시간) 확인됐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1월 CPI 상승률은 3.1%로 지난해 12월 상승률 3.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1년전 물가와 비교한 상승률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는 시장 예상보다도 양호한 흐름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독일의 1월 전년동월비 CPI가 3.2%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프랑스 인플레이션도 둔화세가 확인됐다. 프랑스의 1월 전년동월비 CPI는 3.4%로 2년 만에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4월 금리인하 가능성 제기
시장은 환호했다. 국채 시장에서 독일 2년만기 국채(분트) 수익률은 이날 0.12%p 하락해 2.4%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ECB가 4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예금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ECB 기준금리는 현재 4%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케닝험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3월 정책회의 이전 고려해야 할 인플레이션 발표가 하나 더 남아있기는 하다"면서도 "1월 지표로 볼 때 4월에는 첫번째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확신이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ECB내 강경파를 주도하는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총재 요아킴 나겔은 CPI 발표 전인 전날 베를린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ECB내 분위기 바뀌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나겔 총재는 "(인플레이션이라는) 탐욕스러운 야수가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 등 변수는 여전
그러나 ECB가 막상 4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식당, 호텔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 부문에서 임금인상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대만큼 누그러질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1월 30일 밤 CNN과 인터뷰에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임금이 핵심 변수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그 곳(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도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며, 그 가운데 하나는 치명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그 치명적으로 중요한 데이터가 "바로 임금과 관련된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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