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장으로서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
민간부채, 침체거쳐 해결…"정부 파산엔 답 없어"
민간부채, 침체거쳐 해결…"정부 파산엔 답 없어"
[파이낸셜뉴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공개적으로 "나라가 망한다"라고까지하면서 정부 부채 위험성을 경고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 최고책임자가 '파산' 등의 표현까지 써 가며 부채 급증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 원장은 연금 개혁 불발 땐 2070년경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 이상까지 급등할 것으로 추산했다.
조동철 원장은 한국국제경제학회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리고 있는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2전체회의'에 2일 참석, '부채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힐 예정이다. KDI는 1일 기조연설문을 공개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 가계, 기업, 정부 모두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부채 부담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도시국가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합의 비율은 3위라는 것이다.
경제 3주체의 높은 부채 부담 중에서 조 원장은 특히 정부 부채를 가장 크게 우려했다.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더 두드러지는 장기 시계에서 볼 때 민간 부채보다 정부 부채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견해다.
민간 부채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구조조정 등을 통한 시장원리에 따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거 2000년대 초반의 '신용카드 사태'에서 처럼 민간소비 둔화, 경기침체 등의 고통의 과정을 겪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과다한 정부 부채는 정부 파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국가의 주권 문제로 비화될 여지도 다분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개인적으로) 한 나라의 정부가 파산하는 경우는 '나라가 망한다'는 의미에 보다 가깝다"며 "90년대 외환위기 때 1년여만에 용수철 처럼 회복한 것은 튼튼했던 정부 재정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KDI 내부 추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50년에 100%를 넘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조 원장은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적 부담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못하고 부족분을 정부 부채로 충당하기 시작하면 2070년께 250%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KDI 추산치는 지난 2020년 정부가 내놓은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 대비 훨씬 악화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인구와 거시전망을 주요 전제로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64.5~81.1% 범위에서 전망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공적 지원이 부채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공적 지원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9%에서 2022년 18%대로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의 보증을 통한 전세자금대출, HUG의 대출, 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적격대출·보금자리론)의 합을 공적지원 대출로 정의할 때다.
금액으로는 2015년 113조원에서 7년 만에 327조원으로 3배가량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공적 지원 대출을 제외한 일반 대출의 증가율은 연평균 5%를 하회하고 있어 명목 GDP 증가율과 큰 차이가 없다"며 "만일 2015년 이후 공적 지원이 급증하지 않았더라면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2022년에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반 가계대출은 20조원가량 감소했지만 공적지원 대출은 여전히 13조원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현재까지 중장기 재정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재정비전 2050'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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