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 논란이 남긴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1 18:34

수정 2024.02.01 18:34

강명연 사회부 기자
강명연 사회부 기자
"시간을 너무 끌어서 문제가 됐다. 수사한 내용 안에서 결론을 내고 검찰로 공을 넘겼어야 한다."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 사건을 두고 서울 관내 경찰서의 한 경감은 수사 속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근거를 토대로 수사해야 하는데 뭘 위해 시간을 끌었다고 말할 수 있나. 특별한 이유 없이 3개월 가까이 수사를 지연시켰다면 그것 자체가 피의자가 부담을 느끼는 요인"이라며 경찰의 잘못을 꼬집었다. 미미하지만 경찰 내 자성의 목소리인 셈이다.


여론도 경찰에 비판을 쏟아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쉽게 잠잠해지지 않았다. 결국 화살은 수사정보 유출 의혹으로 향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사건을 수사한 인천경찰청과 인터넷 매체를 압수수색했다. 부적절하게 유출된 수사정보를 보도했다면 언론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찰은 수사정보를 종종 언론에 공유한다.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4조는 수사 사건의 피의사실, 수사사항 등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명시한 동시에 5조에 규정된 예외조항이 근거다. 범죄 재발 방지 등을 위해 국민에게 알린다는 게 주요 목적이다.

공보규칙에 명시돼 있지 않은 예외는 공익성이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경우다. 취재에 응하는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헌법적 가치인 알 권리 차원에서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정보공개법이 알 권리를 구현하는 수단이다. 법 3조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원칙을 규정한다.

경찰 역시 공공기관에 속하지만 여타의 곳과 다른 특수성은 수사기관이라는 점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수사기관은 피의자 인권과 알 권리 사이에서 공보의 범위를 정한다. 이선균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피의사실 공표는 알 권리의 이익보다 피의자 인권침해의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서 형법에서 금지하지만 사문화된 채 이번에도 논란을 낳았다. 특히 관심이 높은 연예인 사건은 경찰, 언론 모두 균형을 찾기 쉽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공보규칙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언급했다.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자 보호를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알 권리와의 조화를 깨지 않을지 한편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일선의 공보책임자인 경찰서 과장 중 언론 대응이 미흡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윤 청장은 올해 첫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언론과의 소통을 위해 작년보다 제가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경찰 내 자성의 목소리가 자칫 언론 대응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unsaid@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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