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 예산 등 각종 입법 차질 우려
'과격한 친중주의자'로 알려진 한 신임 원장은 1일 당선 일성으로 국회 개혁을 강조하는 등 여당 견제를 공언했다. 그는 입법 등 의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중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추진해 온 민진당 주도의 입법과 외교 정책, 방위 예산 확대 등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중앙통신 등 대만 현지 언론들은 2일 오는 5월 20일 취임을 앞둔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민진당이 국민당에 밀려 원내 제2당이 된 상황에서, 입법부 수장 자리까지 국민당 손에 넘어가면서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일 입법원장 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집권 민진당은 필사적으로 입법원장 자리를 사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무소속 2석이 국민당 편에 서고 8석의 제3당 민중당이 집권당과 거리를 두는 바람에 실패했다.
민진당은 제1야당 국민당보다 1석이 적은 51석이다. 113석 정원에 집권당은 과반 57석에 6석이 모자란다.
당초 연립 내각 구상 등도 진전되지 않아, 새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여소야대 구도 속에 갇혀 버린 꼴이 됐다. '사안별 선택'을 공언한 민중당은 이번 입법원장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며 몸값을 키웠다.
올 가을 시작될 예산안 심의도 국민당은 집권당과 입장이 달라 난항이 불가피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정책 및 교류 협력 법안,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시각이 같지 않다.
민진당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잠수함 등 첨단 무기 구입이나 미군과 연합 군사 훈련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이 예산권을 쥐고 있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강한 입법원장의 등장으로 순조로운 예산 통과가 어렵게 됐다.
한궈위 후보는 친중국적인 말과 행동으로도 이름이 나 있다.
2020년의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서 "대중 관계를 개선해 중국 관광객과 농수산물의 대중 수출을 늘리겠다. 상호 방문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대만의 제2 도시인 가오슝 시장 때에는 중국 본토와 홍콩을 방문해 당국자들과 회담도 가졌다. 당시 홍콩은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홍콩 시민들과 당국 사이에 충돌이 컸던 때였다. 일각에서는 민주화를 외치던 홍콩 시민들이 아닌 중국과 홍콩 당국에 힘을 실어줬다는 비판도 있다.
타이베이 출신인 그는 2018년부터 4년 동안 가오슝 시장을 지냈고, 2020년 대선에서 차이잉원 현 총통과 맞섰던 국민당의 중진이자 간판 스타이기도 하다.
인물 부재 속에 국민당은 열광적인 팬덤을 갖고 있는 그를 입법위원 선거의 비례 대표 1번으로 지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가 4년 뒤 다시 총통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입법원장으로 취임한 그가 국민당계 지자체 수장들을 이끌고 방중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국민당은 2022년 지자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19곳의 지자체 가운데 13곳의 지자체장을 차지했다. 타이베이 등 직할시 6곳과 신주 등 빅7 지역중 5곳 등의 지자체를 관할중이다.
입법원장은 여느 국회의장들처럼 표결 수가 같을 때 결정권을 갖고 여야 이견이 큰 법안과 예산안의 합의를 위해 중재 역할도 맡는다. 여야 조정이 막혔을 때 입법원장 판단이 방향을 정한다.
민진당이 중요하게 추진해 왔던 미국, 유럽 등과의 의원 외교도 친중 성향의 파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여온 한궈위의 등장으로 견제를 받으면서, 내용과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게 됐다.
앞서 천수볜 총통 당시 민진당은 미국과 합의 아래 잠수함 8척 등 첨단 무기 구입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여소야당 구도 속에서 국회에서 69회 차례나 국민당의 반대에 부딪쳐 구매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민진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퇴역 군인을 대상으로 한 예비역 제도 개선 등도 국민당의 반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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