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아 우리은행 TCE 부지점장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마라'
"쉬운 말, 지키기 더 어려워”
결국 '포트폴리오 투자' 중요성 강조
트럼프 당선 시 인플레 자극할 수도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마라'
"쉬운 말, 지키기 더 어려워”
결국 '포트폴리오 투자' 중요성 강조
트럼프 당선 시 인플레 자극할 수도
[편집자주] PB는 누구인가. 금융자본주의시대, 자본소득의 증가 속도가 노동소득의 증가속도보다 ‘월등하게’ 빠르다. 일해서 버는 돈, 월급으론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말. 주식과 부동산, ‘코인판’까지 돈이 쏠리는 곳에 쫓아 ‘수익’을 먹고 빠져야한다. 어디로 가야할 지 일러주는 이가 PB, 프라이빗 뱅커다. 춘추전국시대 공자는 개인이 잘사는 법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일까지 ‘컨설팅’했다. 수백의 사상가가 덕으로, 법으로, 인의예지로 살아야 한다고 주창했다. 수천·수만명의 군사가 벌이던 영토 전쟁은 수십억 원이 걸린 자산 증식의 혈투로 바뀌었다. PB는 어떤 논리와 서비스로 자산 증식을 약속할까. 투자시장에서 ‘목돈’은 어디로 굴러갈까.
[파이낸셜뉴스]강남역 ‘물결빌딩’으로 알려진 GT타워 24층에 자리한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강남역 사거리가 고스란히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우리은행에 30억원 이상 현금성 자산을 맡긴 부자들을 위한 특화지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PB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던 한국씨티은행 출신 PB들을 대거 영입했다. PB 한명 한명이 고액 자산가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PB 영입은 곧 은행 잔고의 증대다.
약 2000억 원에 자산을 관리하는 김도아 TCE시그니처 부지점장은 자신의 강점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스스로 ‘재미없죠’ 반문한 그는 “어떻게 하면 지점을 옮기고, 소속 은행마저 바뀌었는데 고액자산가 고객이 함께 따라와 줬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며 “공부 잘 하려면 수업 열심히 듣고 예복습 철저히하고(웃음) 누구나 다아는 쉬운 일인데 이걸 실천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부자들의 투자정보'나 '새로운 자산관리 요령'을 캐물었다. '돈을 잃지마라' '포트폴리오 투자가 답' '무릎에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등 교과서같은 답변만 들었다. 김도아 부지점장은 “제가 하는 말은 모두가 알고 있는 말, 오히려 최근에는 넘치는 각종 투자정보가 쓸만한 것을 가려내기 어렵다”면서 “제일 쉬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이게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 밤잠 설친다면 '나쁜 투자'
김 부지점장은 좋은 투자를 마음 편한 투자라고 정의했다. “손실이 30%를 넘어가도 ‘난 걱정 안해, 묻어두면 된다’고 판단해 마음 편한 A가 있다. 마이너스 10%면 밤잠을 설치는 B도 있다”면서 “1~2년 뒤에 수익을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B의 입장에서 좋은 투자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결국 투자는 본인 성향에 맞게 여윳돈으로 해야한다는 원칙의 반복이다.
그는 “미디어에서, 옆에서 누구는 벼락 부자됐다는데 나만 벼락 거지가 되는 게 아닌가하는 위축을 견디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원금이 큰 부자일 수록 투자원칙을 지키기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한번의 잘못된 투자로 일시적이지만 수억원이 사라진다면 ‘발 뻗고 잔다는 게 쉬운일’일 수 없다. 그는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 상담 시 심리적인 조언에 중점을 둔다.
■ 손실위험 인지해야 '투자'..."지인 정보 듣고 들어가는 건 투기죠"
김 부지점장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한다는 점에서 투기도 투자와 마찬가지지만, 투자는 거래 대상의 가치와 성격, 리스크를 잘 알고 '내가 일정 부분 손실도 감안할 수 있다'일 때 하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분석이나 판단보다는 막연하게 희망이나 타인에게 들은 정보에 의존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듣고 들어가면 투기“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모두가 일확천금을 꿈꾼다는 점이다. '몰빵투자 패가망신'이라지만, 왠지 나는 될 것 같아 문제다. 한동안 가상자산 투자열풍이 분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지만 고액자산가 중에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을 같은 이들도 있다.
김도아는 “또 뻔한 말이지만,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말라는 말처럼 포트폴리오 투자를 강조한다”면서 “가상자산이 새로운 기술인 만큼 자산의 5% 내외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자신도 소액으로 가상자산의 추이를 보기 위해 코인을 샀다. 처음 비트코인을 샀다가 2개월만에 35% 수익을 봤다고 했다. 문제는 직후 45%까지 손실을 겪었고 현재 다시 25% 수익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산의 5~10% 정도를 코인에 투자했는데 손실이 50%가 났다면 그정도는 견딜 수 있는 정도”라면서 “만약 내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것 100%, 심지어 빚을 지면서 코인에 들어갔는데 마이너스 50%가 됐다면 이건 굉장히 견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그러니까 ‘코인은 해라 하지마라’ 이런 문제는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일부 조금씩 가져가는 것도 괜찮지만 이 변동성이 크다는 걸 내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트럼프가 당선 시 美 인플레 자극 우려
올해 상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포트폴리오에서 단기채와 함께 장기채의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단, 장기채의 경우 금리의 변동성에 유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주식시장에서는 ‘빅테크’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빅테크주의 성장스토리가 만들어 지고 있다”면서 “일본의 반도체 장비와 한국의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업황 개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긴다면 ‘물가 인상 우려에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바이든이 된다면 현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크게 내세우는게 2가지인데 미국 수입품에 관세 10%를 매기겠다는 것과 이민제한이다. 수입품의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화를 보유하고자 한다면 '달러'를 추천했다. 그는 “달러를 권하는 이유는 물론 코스피하고 조금 반대로 움직이는 안전자산이라는 메리트도 있지만, 달러는 놀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많다”면서 “달러 정기예금과 주식, 펀드도 할 수 있는데 다른 투자의 경우는 투자처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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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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