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전문가칼럼

[김용하의 실사구시] 교육재정 경직성 타파가 교육개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4 19:08

수정 2024.02.04 19:08

초·중·고 공교육비 최상위
대학은 미국 3분의1 수준
기존 예산 재분배 바람직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2023년에도 출생아 수 감소는 계속되었다.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에서 2010년 1.23명 2020년 0.84명으로 떨어졌고, 2022년에는 0.78명에 이어 2023년에는 0.72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출생아 수가 2000년 64만명에서 2060년에는 16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등학교, 대학교로 단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2022년 학령인구는 6∼11세 초등학교 277만명, 12∼17세 중등학교 269만명, 18∼21세 대학교는 210만명이지만 2040년에는 초등학교 156만명, 중등학교 137만명, 대학교는 119만명으로 동 기간 학생 수 절반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대상자 수 감소에도 교육 관련 예산은 매년 증가해 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학생 수와 관계없이 내국세의 20.79%가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 교부금으로 자동 배정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국세 증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20년의 53조5000억원에서 2030년의 89조2000억원으로 늘어나 초·중·고생 1명당 교부금은 976만원에서 2030년에는 2192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청 수입은 늘어나는데 쓸 곳은 한정되어 있어 여유예산은 기금으로 쌓이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23년 현재 기금은 21조4000억원에 이른다. 학령인구가 최대 규모일 때 만들어진 법령이 저출산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투입으로 초·중·고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 되었다. 중·고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1만4978달러로 OECD 국가 중 2위이고, 초등학생은 1만2535달러로 매우 높다. 그러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1290달러로 최하위권이다. 미국 3만4036달러, 영국 2만9911달러와 비교할 때 3분의 1 수준이다. 대학 등록금은 십수년간 동결되어 지방 사립대학교는 학생모집 어려움에 등록금 수입 감소까지 이중의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이와 같이 초중등과 대학 교육재정 투자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5조9538억원으로 추산된다. 초중등 공교육비는 남는데 사교육비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교부금 예산의 낭비사례도 지적된다. 국무조정실은 전국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교부금 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97건 282억원의 위법·편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감사원은 전국 17개 교육청이 과거 3년간 42조6000억원을 불필요하게 지출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통합하여 교육시설에 필요한 예산을 교부금으로 사용하는 것도 반대가 극심하다. 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특별회계 지원법도 저항에 부딪혀 교육세 전입금 정부안(3조원)이 반토막이 되어서 국회를 통과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역행하는 경직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합리적 개편이 교육청 교원단체 일부 학부모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다. 국가가 재정수지 적자로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다른 국가예산과 동일하게 매년 필요에 따라 산정하도록 전환하거나, 국내총생산(GDP)과 학령인구에 연동하여 배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총액 규모의 증액 여부를 검토하기에 앞서 기존 예산이 인구구조 변화에 맞추어 재배분될 수 있도록 경직된 예산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부처별로, 사업별로 칸막이가 된 예산의 비효율적 예산구조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몇십년이 되었는데도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별 예산 단위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기주의가 청산되지 않고서는 다가오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경색의 먹구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