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와 판매량보다는 음악적 성취를 기준으로 하는 시상식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 담당 기자와 PD, 음악 콘텐츠 기획자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선정위원장 김광현)가 치열한 논의 끝에 작품성 위주로 수상자를 가린다. 올해 '제21회 한대음'엔 55명이 참여했다.
오는 29일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프리즘(PRIZM)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이번 시상식에선 총 3개 분야 26개 부문을 시상한다. 특히 종합분야는 총 네 개의 부문으로 나눠진다. 종합분야 중 '올해의 음반' 부문은 다양한 장르의 후보들이 눈길을 끈다.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미니 2집 '겟 업(Get Up)', 거물 래퍼 빈지노(Beenzino)의 정규 2집 '노비츠키(NOWITZKI)', 대세 밴드 '실리카겔'의 미니 3집 '머신 보이(Machine Boy)',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의 정규 3집 '희극', 싱어송라이터 이진아의 정규 3집 '도시의 속마음' 등이다.
다음은 한대음 선정위원들의 후보 선정의 변(辯)이다.
◆뉴진스 '겟 업'
"케이팝 작품을 진지하게 논할 때 퍼포먼스를 비롯한 비주얼 측면을 빼놓는다는 것이 혹자에게는 실례가 되겠지만, 뉴진스만큼은 다르다. 뉴진스와 그들의 제작진은 첫 EP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음악 이야기'만 할 수 있는 감각적인 수작을 선보였다. 댄스팝과 알앤비, UK개러지와 저지클럽을 오가며 마이너와 메이저의 감성을 두루 공략한 셈법부터 탁월했다. 거기서 탄생한 여섯 개 트랙, 12분짜리 답안은 케이팝 신(scene)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흔들 만큼 산뜻하고 파격적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신선함… 뉴진스의 음악은 늘 상상 그 이상이다."(선정위원 김두완)
◆빈지노 '노비츠키'
"7년 만의 새 앨범. 그 시간 동안 빈지노는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을 했다. 이는 한 연예인의 가십이 아니라 한 예술가의 축적된 시간을 의미한다. 그가 겪은 특별한 사건과 평범한 일상이 고르게 '노비츠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러 명의 프로듀서가 앨범에 참여했지만 확실한 기획 아래 곡들은 일관된 무드를 띠고 있고, 빈지노는 그 위에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가 들려주는 소재와 이야기는 여전히 재기발랄하면서 동시에 더 성숙해져 있다. 빈지노는 이 이야기를 어느 때보다 힘을 뺀 채 나른하게 연출하지만 입을 통해 나오는 언어의 조합과 기술은 감탄스럽다. 처음에 그저 평범하게 다가왔던 앨범은 금세 너무나 특별해진다. 반복해 들을수록 깊어진다. 평범함으로 만들어낸 위대함이다."(선정위원 김학선)
◆실리카겔 '머신보이'
"실리카겔의 '머신보이'는 6곡이 담긴 EP이지만, 웬만한 풀렝스 앨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탄탄하다. '버드랜드(Budland)', '머큐리얼(Mercurial)', '리얼라이즈(Realize)'로 이어지는 원투스리 펀치로 청자의 귀를 매혹하더니, 네 번째 트랙 '머신보이공(Machineboy空)'에선 방향을 틀어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9분이 넘는 곡 중간에 기계음으로 변조한 내레이션이 나오는가 하면, 갑자기 클래시컬한 피아노 솔로 연주가 흐른다. 이 곡 하나가 앨범 안의 앨범 같은 스토리를 품었다. 뒤에 나올 싱글 '틱 택 톡(Tik Tak Tok)'의 예고편처럼 넣은 'T'와 이전 히트 싱글 '노 페인(NO PAIN)'의 리믹스 버전은 깜짝선물 같은 즐거움을 준다. 정규 2집으로 가는 중간 여정의 EP라고는 하나, 이 자체만으로도 완성형 앨범으로서의 가치가 빛난다."(선정위원 서정민)
◆여유와 설빈 '희극'
"곡진한 음반이다. 좀처럼 멋을 부리지 않은 음악은 이미 알고 있는 어법으로도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한 장의 음반에 안타까움과 연민과 분노와 슬픔과 희망을 모두 담은 탓이다. 이 고단한 시대를 통과 중인 사람들의 간절한 고백 같은 이야기를 토로하는 여유와 설빈은 부서질 것처럼 여린 목소리로 뜨거운 노래를 부른다. 섬세한 편곡과 연주는 노래가 울컥이며 물결치게 하는 근원이다. 노래의 힘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삶을 지키는 노래의 역사가 이렇게 이어진다."(선정위원 서정민갑)
"우리 가요 역사에 있어 재즈 영향을 받은 팝 음악(jazz influenced pop)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1980, 90년대 가요에 단순 영향이 아닌 밀접한 레퍼런스로 곳곳에 숨어 있었고, 재즈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용음악과가 생겨난 이후 그것은 음악이 아닌 '음학'의 영역으로 왜곡되기도 했다. 데뷔 10주년이 돼 정규 3집으로 돌아온 이진아의 음악엔 그와 비슷한 오해가 깃들 틈이 없다. 과감한 코드 진행과 빠른 전환, 다양한 변주와 피처링진에도 이 음악이 오롯이 이진아의 것임을 쉽고 따스하게 전달한다. 무드가 중시되는 오늘의 주류 팝이 흔히 도시의 풍경에 주목할 때 이진아는 그것의 건축 과정과 속마음을 즐겁게 탐험했고, 그 결과로 재미와 창의성, 역량과 감성이 어우러진 작품이 나왔다. 데뷔 초 경연 프로그램에 나와 그가 들었던 '치열하게 만들어 쉽게 들려줘서 감사하다'라는 찬사는 '자연스럽게 만들고도 재밌게 들리는 음악'으로 바꿔도 괜찮다."(선정위원 정병욱)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