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에즈운하 길목인 홍해 항로 차질로 인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위험이 심각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일(이하 현지시간) 경고했다.
OECD는 홍해 항로 긴장으로 물류비가 치솟으면서 OECD 38개 회원국 수입물가가 5%p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예멘 후티반군이 홍해 항로 선박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가운데 홍해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요르단 전초기지 피습 사건 뒤 시리아, 이라크 등의 무장단체 보복공습에 나서 긴장이 더 높아지고 있다.
물류비 폭등으로 물가 상승
OECD는 최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홍해항로 차질로 해상물류 운임이 100% 폭등했다면서 이 여파로 38개 회원국 수입물가지수가 5%p 가까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입물가가 5%p 오르면 1년 뒤에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4%p 오를 수 있다고 OECD는 전망했다.
예멘 반군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배들이 홍해를 우회하면서 해상 물류비는 폭등했다.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잇는 수에즈운하를 포기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도는, 약 5200km 더 긴 항로로 우회하는 배들이 늘면서 해상운임은 지난해 12월~올 1월 약 두 달 사이 2배 폭등했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예멘 반군의 드론, 미사일들을 격추하고는 있지만 완벽하지는 못해서 지난달 26일 영국 유조선이 수시간 동안 불길에 휩싸이는 등 피해가 거듭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2일 예멘전초기지 피습에 따른 보복공습을 개시해 벌써 3차례 공습에 나서고, 앞으로도 보복이 계속된다고 다짐하면서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후티반군의 보복성 공격 우려가 높아지자 배들은 홍해를 더 꺼리고 있다.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을 돌면서 항해 시간이 30~50% 늘었고, 이때문에 전세계 물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OECD는 다만 지난해 전세계 해운 물류능력이 수요를 크게 웃돌았던 덕에 비용 압박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예의주시하는 단계
OECD는 홍해항로 차질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조건으로 지속성을 들었다.
차질이 앞으로도 오랜기간 지속될 경우에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OECD 수석이코노미스트 클레어 롬바르델리는 CNBC에 위기 지속의 결과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할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말했다.
롬바르델리는 OECD가 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지금 당장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운 운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이같은 운임 상승 흐름이 오랫동안 지속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이 뒤따를 위험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아직 인플레이션과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면서 올해 금리인하가 3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많게는 6차례 금리인하를 기대하던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5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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