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감독·극본 임대형 전고운)는 지난달 19일 첫 공개 이후 단숨에 화제작에 등극했다. 'LTNS'는 '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의 약자로,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 분)과 사무엘(안재홍 분)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을 그렸다.
'LTNS'가 공개 초반부터 화제작이 된 이유는 이솜 안재홍의 파격적인 부부 연기 덕분이었다. 두 배우는 부부관계가 소원해진 커플로 등장해 현실적인 부부 연기와 말맛을 살린 대사 소화력, 그리고 밀도 높은 차진 호흡으로 호평을 끌어냈다. 지난해 '마스크걸'로 충격적인 변신을 선보여 은퇴작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던 안재홍은 연기력으로 또 한번 더 호평을 받았고, 이솜은 진가를 입증했다.
극 초반 'LTNS'는 우진 사무엘 부부가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아 돈을 받아내는 불륜 추적극으로 재미를 안겼으나, 5~6부에서는 우진 사무엘 부부의 반전과 절정으로 치달은 극적 갈등으로 선회, 다이내믹한 전개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불륜, 섹스리스 부부 등 파격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회·경제적 문제와 얽힌 결혼생활의 본질을 파고들고, 메시지 도달까지 유려한 흐름으로 완성해 재미와 작품성까지 다잡았다.
'LTNS'를 연출한 이는 임대형, 전고운 감독이다. 임대형 감독은 영화 '윤희에게'(2019)가,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2018)가 대표작이다.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던 두 감독들은 집필부터 연출까지 함께 하며 'LTNS'를 완성했고, 대중으로부터 비범한 재능을 인정받았다. "물건 만드느라 고생했다" "'또드'(또라이 드라마)라는 얘길 들었을 때 신났다"던 두 감독, 이들을 만나 'LTNS'의 흥미로운 비화를 들어봤다.
-주변에서 들었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전고운) 아무래도 인상에 남는 건 극찬이다.(웃음) '이거 만든 감독이나 배우들 정말 다 또라이다' '정말 물건 만드느라 고생했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임대형) '또드'라는 얘길 들을 때 신났다. 그런 얘길 듣기 위해 고생을 했던 것 같고, 배우들 칭찬이 너무 좋았다.
-'LTNS'는 어떻게 시작된 드라마인가.
▶(임대형) 저희는 모여서 시리즈 한편을 끝까지 완성해보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어떤 소재나 이야기를 해보자 하는 것 없이, 땅 파듯이 소재를 찾았다. 영화도 많이 돌려보고 유튜브도 검색해봤다. 그 과정에서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2009)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는데, 거기에서 착안을 해서 부부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했다. 기억이 나는 게 공중전화 신이었는데, 협박을 하는데 그 과정이 엉성하더라. 그런데 거기서 나오는 유머가 있었다. 그런 것을 보다가 우리도 부부가 범죄에 빠져들게 되면서 나오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범죄 코미디 장르를 통해 부부의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다가 소재를 선정했다.
▶(전고운) 디테일을 정하기 전에 유난히 흥미로운 장르가 블랙 코미디였다. 블랙 코미디와 사회 풍자적인 얘기를 하기에 좋은 소재였다. 저희가 어쨌든 성별이 다른 창작자이다 보니까 남녀가 주인공이면 우리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부부로 가게 됐다. 부부를 통해서, 그리고 결혼 제도를 통해서 할 수 있는 풍자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
-각 불륜 커플들의 에피소드는 어떻게 담아내려 했나. 레퍼런스나 사연이 기반이 된 것인지.
▶(전고운) 이 소재에서 가장 어려운 건 설문조사가 어려웠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너 바람에 대해 아니?'라고 물을 수도 없었다.(웃음) 유튜브부터 고전영화까지 다 뒤져가며 공부를 했고, 불륜의 다양한 사례를 공부했다. 거기에서 저희가 풍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커플을 만들다 보니까 이런 에피소드가 탄생하게 된 것 같다.
▶(임대형) 연령도 다양하고 각자 처한 위치 상황도 다양하게 사회상을 반영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2부에는 젊은 커플, 3부에는 장년 커플, 4부에는 동성 커플 이런 식으로 해서 동 시대 존재하는 다양한 인물상을 반영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각 회마다 다른 개성을 보여준 것 같다.
-두 감독의 전작을 생각한다면 퀴어 설정은 임 감독, 추적극 기본 형태는 전 감독이 각각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분담했는지.
▶(임대형) '윤희에게'를 했기 때문에 퀴어를 하면 당연히 제가 먼저 했을 것이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저희는 하나부터 열까지 없는 상태에서 무에서 유를 같이 만들었다. 공통의 아이디어다. 먼저 아이디어가 나왔더라도 채택이 안 되기도 했고, 유머에 대해서는 서로 엄격했다.(웃음) 연출자로서는 전작에서 뭘 했느냐 이게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윤희에게' 전에는 블랙코미디를 했었고, 연출자로서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데 믿을 수 있는 창작자와 함께 한다는 자체가 큰 즐거움이자 여행이었다.
▶(전고운) '소공녀'는 모르겠지만 '윤희에게'는 제가 느끼기엔 거대한 팬덤이 있었다. 저도 '윤희에게'를 너무 좋아해서 감독님께 같이 하자고 제안했었고 마음이 맞았던 것이었는데, 감독님 팬분들이 실망할까봐 겁 먹었다. '소공녀'는 그래도 블랙코미디이기 때문에 괜찮은데 '윤희에게' 팬분들이 실망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없지 않았다.
-의견 대립이 있었던 때도 있었나.
▶(임대형) 아무래도 드라마 현장은 타이트하게 돌아가다 보니까 의견 대립이 있을 때 토론하고 결정을 하고 이럴 시간이 사실 없었다. 시나리오 쓸 때는 당연히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대립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저희의 공통된 '원칙이 재밌어야 한다' '웃겨야 한다'였다. 조금 더 재밌는 쪽을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생각한다. 저희 MBTI가 ISTP인데 그러다 보니까 어느 정도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서 그렇게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전고운) 저는 우리가 얼마나 잘 맞았는지 훨씬 강조하고 싶을 만큼 잘 맞았고 가치관과 목적이 비슷했다. 그보다 저희에겐 공통적인 거대한 빌런이 있었기 때문에 똘똘 뭉칠 수밖에 없었다. 그 빌런은 '시간'이었다.(웃음) 현장에서는 서로 눈만 봐도 알았다. 그 컷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그리고 망설일 때 옆에서 한 번 더 가라고 서포트도 해주고 힘이 돼줬던 것 같아서 더 재밌지 않았나 싶다.
▶(임대형) 현장에서 제가 멘붕이 오면 감독님이 '얘 멘붕 왔구나' 딱 알아봐줬다. 공동 연출이라는 건 처음 해봤지만 누구나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뤄지기도 어려운데 한 번 해보니까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고운) 저는 둘이 아니었다면 못했을 것 같다.(웃음)
-안재홍 이솜이 이번 작품까지 세 번째로 재회했는데 어떻게 두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을 했나.
▶(전고운) 저는 의도가 없었다. 저는 외려 '소공녀' 때 했던 배우를 또 캐스팅하는 게 실례가 되는 것 같아서 아예 차단했었다. 그런데 임 감독님이 그냥 객관적으로 이 두 사람이 그려진다며, 그냥 떠오르는 사람이 이솜 안재홍인데, 너무 그런 거에 갇혀 있을 필요가 있겠냐고 용기를 주셨다. 그래서 이 배우들이 가장 잘 어울린다 생각하면 캐스팅해야 한다고 해주셔서 이건 제게 또 하나의 용기였다. 같은 배우들과 또 작업을 한다는 게.
▶(임대형) 감독 입장에선 그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건데 그래서 저도 얘기할 때 조심스러웠지만, 각자 캐릭터를 봤을 때 우진은 이솜, 사무엘은 안재홍 그냥 저절로 떠올랐다. 여러가지를 제쳐두고 어떤 캐스팅이 좋을까 했을 때도 두 배우가 적합했다.
-두 배우가 '은퇴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그 캐스팅이 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임대형) 그래서 저는 연출자로 뿌듯하다. 안재홍 배우는 복귀작이다, 이솜 배우는 은퇴작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데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두 배우가 이 작품을 위해 다 내던졌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끌어냈다. 이외에도 조·단역들도 배우도 뭐 하나씩 꼭 남기고 가려고 했다. 정말 뜨거웠던 현장이었다.
▶(전고운) 캐스팅하시는 분께서 저희 드라마가 캐스팅에 좋은 포트폴리오 같다고 하셔서 되게 보람있었고 뿌듯했다. 저희 드라마는 사실 출연 자체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본만 봤을 때는 우리가 얼마나 이렇게 노출을 안 하고 조심스럽게 찍을지 모르지 않나. 대본만 보면 대사가 너무 세니까 겁을 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흔쾌히 와주신 용감한 분들이 불태우고 가신 거라서 이 작품을 통해서 진짜 잘 되셨으면 싶었다.
-6화에서 우진과 사무엘이 집에서 비를 맞으며 싸우는 신, 국밥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신이 호평이 많았다. 두 배우의 연기를 어떻게 지켜봤나.
▶(임대형) 국밥신 연출할 때 (전고운 감독과) 둘다 모니터를 보면서 같이 울었다. 보통 그러기 쉽지 않다. 배우의 감정이나 그런 것들이 묘하게 다가왔고, 촬영 막바지이기도 했고, 눈물이 같이 나더라. 감독은 배우와 작품의 첫 관객인데, 어떻게 보면 신을 처음 보는 건데 '이 신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고운) 저는 망했다고 생각했다.(웃음) 저는 '내 걸 찍으면서 내가 울면 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비이성적인 상태라 생각했다.(웃음) 찍으면서 '감독님 어때요?' 했는데 (임대형 감독이) 울고 있더라. 그래서 '이건 망했네' 했다. 우리가 너무 팔이 안으로 굽었나 했다.(웃음)
▶(임대형) 저는 모니터를 보면서 울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전고운) 저도 그랬다. 그 다음에 비 내리는 장면은 전쟁이었다. 왜냐하면 물도 있고 현장엔 항상 전기가 있었다. 배우들이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면서 하고 그걸 2회차에 찍었기 때문에 누가 다칠까봐 걱정이었고 정말 힘든 장면이었다. 감정신이어서 힘들었던 기억만 있는데 그와중에 배우분들은 입술이 파랗고 덜덜 덜리면서도 끝까지 더하려고 난리더라. 거기에 저는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임대형) 진짜 축구에서 연장 후반에 다리 쥐나고 뛰어다니는 걸 지켜보는 감독의 심정이랄까. 교체 선수는 없고 그런 상황 같았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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