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 오너 일가가 1년새 무려 1조5000억 가까운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72곳 중 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57곳을 대상으로 담보주식 비중 및 가치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올해 1월 말 기준 대출 등으로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총 28조990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보유 주식 90조3720억원의 32.1%에 해당한다.
지난 1월 말 기준 대기업 총수일가의 전체 주식담보대출액은 7조1908억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 말 기준 5조1681억원 대비 2조227억원(39.1%) 늘었다.
주식담보대출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 일가로 조사됐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 주식담보대출 총액은 지난 2022년 말 1조8711억원에서 지난 1월 말 3조3598억원으로 총 1조4887억원 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 관장의 지난 1월 기준 주식담보대출액은 1조7500억원으로 2022년 말 8500억원보다 9000억원 늘었다.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3870억원과 2017억원의 대출액을 늘리며 총수 일가 개인 금액 증가 순위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른 이 사장과 이 이사장의 지난 1월 말 기준 대출액은 각각 1조370억원, 5728억원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최근 1년간 149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추가로 진행하며 총수 일가 개인 금액 증가 상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른 대출액은 2022년 말 1880억원에서 지난 1월 기준 3370억원으로 늘어났다.
총수일가의 주식담보 대출이 늘어난 것은 상속세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보다 앞선 2018년 구본무 LG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상속세 연부연납이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으로 보면 롯데 그룹의 주식담보 비중이 지난 1월 말 기준 76.9%로 가장 높았다. 2022년 말 담보 주식 비중이 49.9%였지만 해당 기간 추가로 1002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담보 비중이 높을 수록 담보유지비율 규제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 노출도가 큰 것을 의미한다.
이어 △아이에스지주(70.7%) △DB(56.7%) △한화(56.7%) △한진(55.3%) 등이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식담보의 비중 증가폭은 HL(구 한라그룹)이 가장 컸다. HL은 2022년 말 주식담보대출이 0원이었지만 지난 1월 기준으로 2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전체 보유 주식에서 담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의 2022년 말 대비 1월 말 기준 증가율은 39.6%포인트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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