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예선에서 고전했던 요르단에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무관의 세월도 3년이 늘어서 67년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져 탈락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다음 대회는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역대 최다인 6회 우승 등 국제 무대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아시안컵만 따지면 한국은 라이벌들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변방국 그 자체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것은 역대 두 차례(1956·1960년)로 참가팀이 4개국에 불과했던 시절이었다. 사실상 제대로 된 대회라고 할 수 없다. 이후 4차례 준우승(1972·1980·1988·2015년)과 4차례 3위(1964·2000·2007·2011년)의 성적을 거뒀다. 라이벌인 일본이 4차례 우승(1992·2000·2004·2011년)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이번 대회 8강에서 탈락한 일본에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허무하게 패하며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 유독 아시안컵에서 중동 팀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토너먼트에서 중동 팀에 여러 번 발목이 잡혔다. 직전 대회인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 한국은 카타르에 8강에서 패해 짐을 쌌다.
2007년 동남아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로 져 우승 꿈을 접어야 했다. 2004년 중국 대회에서는 8강에서 이란,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사우디에 져 탈락했다. 1996년 UAE 대회 때는 8강에서 이란에 무려 2-6이라는 점수로 대패하는 악몽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한국은 중동의 요르단에 패하며 짐을 싸게 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공격부터 수비까지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포진해 역대 최강의 대표팀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터라 아쉬움은 더 크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주름잡는 공격수들이다. 세계 최고 무대인 EPL에서의 올 시즌 득점수가 도합 22골이나 된다. 여기에 황인범이나 홍현석, 정우영 등 미드필더진도 해외파들이었다.
그런데 손흥민과 황희찬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단 하나의 필드골도 넣지 못했다. 손흥민이 넣은 3골 중 2골은 페널티킥, 1골은 프리킥 직접 슈팅에 이은 득점이었다. 부상 탓에 조별리그 3차전부터 그라운드에 투입된 황희찬은 페널티킥으로만 1골을 기록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공격에서 전술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프랑스 리그1의 '스타 군단'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한 이강인이나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괴물 수비수' 김민재는 그래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들도 대한민국을 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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