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요르단 축구대표팀에게 충격패를 당한 뒤에도 환한 미소를 보여 축구 팬들의 공분을 샀다. 완패 후 외신 기자를 포함해 국내 취재진이 그의 미소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자 클린스만 감독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클린스만호는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0-2로 완패했다.
이날 한국은 한 수 아래로 꼽히는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 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리다 패배했다. 한국이 요르단에 패한 전적은 7경기(3승3무1패) 만에 처음이다.
눈물참은 손흥민, 미소 지은 클린스만
손흥민을 포함해 경기를 뛴 모든 선수들이 경기 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 수장인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팀 감독 등 요르단 코치진과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가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했을 때 축하는 당연하다. 이걸 못하게 하는 건 생각하는 관점이 다를 뿐”이라며 “축하 역시 지도자로서, 패배자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태도였다. 당시 한국 선수들은 패배의 아픔에 고개를 떨구며 그라운드에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캡틴’ 손흥민은 눈물을 참으며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외신 기자들이 “이번 경기가 당신의 커리어에 어떤 실망감으로 다가오고, 그런 실망감을 더 표현하기를 팬들이 원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느냐”고 물어보는 등 미소와 관련한 질문이 반복되자 클린스만 감독은 얼굴을 붉히며 화난 어조로 답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상대 감독과 미소 짓고 인사하는 건 개인적인 축하였고,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패배가) 화가 났지만 상대를 존중할 때는 좋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한국은 일관된 전술이 부족했다" 꼬집은 외신
하지만 이와 같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외신에서도 이어졌다. ESPN은 “클린스만은 완패를 당한 뒤 요르단의 후세인 암무타 감독에게 축하를 보내면서 미소를 지었다”면서 “경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한국 선수들과 대조적인 장면으로 한국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의 압박과 유기적인 공격에 아무런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독일 감독은 터치라인에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한국이 유효 슈팅 없이 4강에서 퇴장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평가했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한국은 몇 번이고 죽음에서 돌아왔지만,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을 만나면서 한국의 운은 바닥이 났다”면서 “한국은 스타플레이어들의 천재성에만 의존하면서 일관된 전술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의 이같은 미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 3-3 무승부 등 졸전을 치룬뒤에도 미소를 지으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팀 구성원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패배로 침울해져 있는 와중에도 상대 팀에 대한 존중을 먼저 생각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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