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선택지들 가운데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주어진 여건에 맞춰 최대한 발전적인 선택을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 요소들을 넣었고, 지방자치제도도 채택했다. 에너지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최초 전기를 도입하면서 미국 시스템을 선택, 전압이 110볼트(V)였다. 하지만 전기 사용량이 점차 늘면서 잦은 정전 등 불편한 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20V로의 승압이 이뤄졌다.
생산방식도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했다. 1967년 장기전원개발계획에 따라 고리1호기가 1971년 착공, 1978년 가동을 시작하며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21번째 원전보유국이 되었다.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고리2호기, 월성1호기 등의 원전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는 전기도 그만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대용량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발전소가 필요했다. 실제로 1970~9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함께해온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3,4호기 등 총 10기의 원전이 지난 10년간 생산한 평균 전력량은 약 57만6401GWh에 달한다. 이 전력을 액화천연가스(LNG)로 생산했다면 약 107조원의 비용이 더 소요되고, 이는 곧 국민들의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원자력이 생산한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가 바탕이 되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수많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2년 원자력발전의 정산단가는 kwh당 52.48원으로 석탄 156.99원, LNG 239.17원, 신재생 203.87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원전은 탄소배출량도 다른 전원에 비해 훨씬 낮다. kwh당 탄소배출량이 원자력은 12g으로 태양광 27g, 해상풍력 24g보다 한참 적은 수준이다.
돌이켜보면 원전은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고 깨끗하게 해주었고,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 다른 산업들의 발전을 든든히 뒷받침한 것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자체를 수출할 수 있게 되며 세계 6번째 원전 수출 국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원자력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떨까. 무려 1967년의 국가에너지정책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겨울에는 전기매트를, 여름에는 에어컨을 비교적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전기 사용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선택해야 한다. 어떤 전기를 사용할 것인가.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다시 50년 후의 미래세대를 위한 현명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이병철 경남大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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