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명품백 수수 유감 표명 없어
심정 이해하지만 민심도 헤아렸어야
심정 이해하지만 민심도 헤아렸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해명했다. 지난 7일 밤 KBS를 통해 녹화로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 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지난해 11월 말 한 유튜브 채널이 재미동포 최모 목사가 2022년 9월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장면을 공개한 지 두 달 만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의 설명은 충분히 납득이 가고, 당시 정황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두 부분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본다. 우선 이 사안은 친북활동을 했다는 최 목사를 앞세운 유튜버의 정치공작임은 분명히 맞는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흠집을 남길 목적으로 '몰카'를 악용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법적인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없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매정하게 물리치지 못한 것 외에 국민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있다.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억울한 심정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다만 김 여사는 당시 현직 대통령 부인 신분이었으므로 경위야 어떻든 규정의 선을 넘은 고가의 선물임을 알았다면 거부했어야 했다. 이는 몰카 촬영의 불법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윤 대통령은 몰카 촬영을 불법적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가방을 받은 행동 자체에 대한 유감 표명을 국민 앞에서 하는 게 좋았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특히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심중이 어떤지는 안다. 억울하다 못해 분하고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맞고 상대방이 틀린 줄 알면서도 져주는 것이 정치다.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고 사과했어야 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유감이라는 한마디만 했더라도 내막을 잘 아는 국민의 마음은 편해졌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22대 총선을 겨우 두 달 앞둔 시점이다. 실현 가능성도 적은 선심성 공약으로 표심을 붙잡으려고 여야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유감 표명을 했으면 윤 대통령이나 당이나 지지도가 조금이라도 올라갔을 것으로 볼 것이다. 여당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의 해명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닌 것은 끝까지 아니라고 하는 윤 대통령의 강직한 성품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아니라 검사라면 그것이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다소 억울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자신이 맞고 국민이 틀렸더라도 지도자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자세를 낮추고 국민 앞에 다가오는 대통령을 국민은 우러러본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