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혼주의자인 박모씨(38)는 가족과 함께 하는 '설 문화'가 부럽지 않다. 1인 가구 75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친척과 가족이 북적이는 '설 문화'는 옛말이 됐기 때문이다. 떡국은 배달 앱으로 주문하고, 미술관과 전통마을도 혼자 가서 설 분위기를 만끽하다 집에 돌아오면 그만이라는 게 박씨의 반응이다.
#2. 혼자 사는 최모씨(39)도 설 연휴 때 넷플릭스 시청과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요즘 베스트셀러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으며 자아 성찰에 나섰던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간다) 라고 믿는 그는 "이제는 설이 외롭지도, 설레지도 않는다"며 "앞으로 혼자 의미 있게 살다 가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가 국내 전체 가구 중 34.5%를 차지하면서 홀로 설을 보내는 '혼설족'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혼설족'은 북적이는 명절 대신 미뤄왔던 취미생활을 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명절을 보낸다.
11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1인 주문' 카테고리가 평균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명절 음식을 찾는 비율도 늘어났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여파' 등으로 홀로 명절을 보내는 게 새로운 명절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한 조사기관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20대의 46%가 '혼자 설을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혼설족'은 명절 음식을 배달 앱으로 주문해 먹고, 명절 음식을 소량으로 담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소소하게 명절을 난다. 이들은 설 연휴 개관한 박물관과 미술관, 전통마을도 혼자 찾아가 관람과 체험을 하며 설 분위기를 홀로 느낀다.
김모씨(42)는 "요즘은 박물관과 미술관에 혼자 관람하는 게 부끄러운 분위기가 아니다"며 "설 연휴 때 일에 치여 가지 못한 미술관 전시회 등에 가서 문화 생활을 즐겼다"고 전했다.
올해 설 연휴를 맞아 서울과 지방에서는 고궁과 왕릉,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무료로 열리는 중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연 날리기나 운세 뽑기, 활 만들기 등 전통문화 체험 행사도 다양하다.
전시·관람 등 업계는 해마다 혼자 보는 관람객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미술관 관계자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20·30대 층이 대세를 이루다 보니 미술관에 혼자 오는 관람객이 많아졌다"며 "혼자 작품을 차분히 감상한다고 남들이 비웃는 시절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서점가도 '혼설족' 덕분에 책 판매량 증가세다.
최근 두달 가까이 서점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1인 가구에게서 많이 팔렸다는 후문이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강아지를 키우며 독신으로 살았던 쇼펜하우어에 대해 1인 가구가 공감한 게 책 판매량에 한몫했다"고 전했다.
연휴 때도 개방한 서울 세종문화회관 라운지나 코엑스 책마당은 다양한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 '혼설족' 아지트로 자리매김했다. 연모씨(38)는 "연휴라도 책을 집에서 읽으면 잘 읽히지 않기 때문에 야외에서 보게 된다"며 "명절 때 혼자 책을 읽는 사람들끼리 모여 독서 토론하는 문화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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