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정부가 12일 인사 인센티브를 대거 동원하며 공직사회에 '전략적 인사교류'를 도입한 것은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실질적인 '원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과거 정부에서 부처 벽 허물기를 위해 인사교류 카드를 기계적으로 사용한 것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부처끼리 유기적 결합을 도모해 정책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무조정실과 인사혁신처는 이날 전략적 인사교류 대상으로 국장급 10개와 과장급 14개 등 총 24개 직위를 선정해 공개했다.
이달 안으로 국토부와 환경부, 과기부, 행안부, 기재부 등 16개 부처와 식약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위 등 총 19곳에서 1 대 1 맞트레이드 형식으로 인사교류를 진행한다.
현재도 정부는 인사처에 '계획인사교류' 제도를 두고 부처나 기관 간 인적 교류를 시행하고 있다.
계획인사교류가 부처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졌다면 전략적 인사교류는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별 중요성을 감안해 대상이 선정됐다는 점이 큰 차이다.
국조실 기획총괄정책관실이 컨트롤 타워로 역할을 하고 일선 부처가 모두 참여해 대상 직위를 발굴했다.
전략적 인사교류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준비됐다.
윤 대통령은 올해 업무보고를 과제 중심으로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생토론회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부처 간 벽 허물기를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첨단기술 연구개발(R&D)과 수출, 민생규제 등 각종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행동하는 정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처 간 상시 협업 체제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인사교류는 단순 기계적 결합보다는 상호 이해로 정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대상을 골랐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실제로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충하는 이해관계 탓에 자주 충돌했던 국토부 국토정책관과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이 대상에 포함됐으며 과학기술 혁신생태계 강화, 기업 신성장 지원 및 규제혁신, 첨단산업 인재 양성 등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자리가 다수 선정됐다.
국조실 관계자는 "부처끼리 협의해 서로에게 업무 효율성 저하 없이 협업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직위를 찾았다"고 밝혔다.
과기부 같은 경우 국장급 2개와 과장급 1개를 내놓으며 인사교류에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는 무리하게 직위 숫자를 늘리려고 하기보다 실질적이고 유기적인 협업이 요구되는지를 중심에 놓고 검토했다고 밝혔다. 보여주기식 자리 맞바꾸기는 지양하고 정부가 원팀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실효성을 중점적으로 따진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인사교류가 일회성으로 기계적으로 사용돼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참여정부에서도 부처 간 업무협조를 강화하기 위해 32개 국장급 직위를 대상으로 인사교류를 진행했지만 실효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중앙부처 국장은 정책적 판단을 내리는 자리인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타 부처로 가게 되면 정책 혼선만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조실 관계자는 "이전에는 '톱다운'(하향식)으로 인사교류를 했다면 이번에는 시너지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곳으로 부처가 판단하도록 했다"며 "국장보다 과장직이 더 많은 것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교류수당' 최대 70만원 인상과 고위공무원 승진 시 최소 재직기간 요건 단축 등 인사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제시한 것도 일회성으로 인사교류를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또 인사처 관계자는 "이전에는 인사교류 성과를 관리하는 작업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전략적 인사교류 뒤 성과가 실질적으로 나는지 계속 점검하고 평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