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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축구 영웅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2 18:35

수정 2024.02.12 19:14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얼마전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의 영원한 카이저(황제) 프란츠 베켄바워의 별세 소식을 접하며 축구 팬의 한 명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독일 언론은 지난달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베켄바워가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의 부고 소식을 듣고 나의 음악적 영웅 알도 발딘 교수가 떠올라 옛 생각에 젖어 들었다. 이들은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냈고,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프란츠 베켄바워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며 역사상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따냈으며 선수 은퇴 후에는 서독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안겨줬다.
프랑스 축구의 거장 미셸 플라티니 등 그가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플레이와 가르침에 영향을 받은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다.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보여줬던 그의 모습은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나의 영웅이었던 알도 발딘 교수의 부고 소식은 당시 음악계에 큰 슬픔을 안겼다. 탁월한 테너로서 그의 명성은 유럽 전역에 퍼져있었고, 그의 가르침은 나를 포함해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길이 돼주었다. 그와 함께한 많은 시간들이 즐겁고 소중했다.

과거 라이프치히 극장에서 레하르의 '미소의 나라' 속 왕자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일이다. 당시만 해도 그 역할은 대부분 서양인의 몫이었고 원맨쇼처럼 혼자 주도해 나가야 하는 힘든 배역이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있을 때 발딘 교수는 "이 작품은 너에게 잘 맞으니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이고 시작해라"라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 작품은 내게 음악적 성취와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었으며 유럽 극장에서 자리잡고 새로운 작품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렇듯 큰 인물들이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볼 때마다 삶과 죽음, 헌신과 가르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헌신과 가르침으로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는지, 우리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들의 희생을 기리며, 그들이 남긴 가르침을 계속 간직하고 이어나가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그들의 영원한 품격과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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