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입법 추진했지만...업계 반발에 무산
신속 추진 기조 '주춤'..."대안 마련할 것"
신속 추진 기조 '주춤'..."대안 마련할 것"
[파이낸셜뉴스]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전면 재검토' 선회에 업계 뿐 아니라 국회에서의 반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측에서 정부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에 이어 여당 내에서도 의원 발의에 부담을 느끼며 신속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플랫폼법 입법 관련 협의를 모두 마쳤다. 부처별 권한과 책임 조율에 시간이 소요됐지만, 법안의 골자였던 지배적 기업의 '사전지정'에는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합의 내용을 기반으로 법안 세부 내용을 확정해 이달 중 정부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추진 계획은 국회 입법 단계에서 반대에 부딪혔다. 여권 내에서 플랫폼법을 발의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이 이유였다.
여권은 공정위의 플랫폼법 발의 요청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 제정을 둘러싼 업계의 우려와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보수 여당이 기업 규제 성격이 있는 법안 발의에 앞장서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취지였다.
야당 역시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간 갑을 관계 규율 내용이 빠진 정부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당초 계획한 정부안 발표를 미루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선 상태다. 특히 쟁점인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더 나은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사실상 원점 재검토 수순에 들어선 셈이다.
'사전지정제'의 재검토와 더불어 입법 단계에서 반대에 부딪히며 플랫폼법은 신속성과 실효성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애로를 겪는 중이다.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한번 무너진 시장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며 신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플랫폼법 제정이 늦어지면 공정위가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다"며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재검토 수순에 들어서며 실제 입법과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사전지정제가 사실상 폐지 위기를 맞으며 현실적으로는 알맹이가 없는 '힘 빠진 규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의 플랫폼법 입법 계획 발표 이후 학계와 업계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선의 대안을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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